연중 29주간 수요일. 로마 6,12-18; 루카 12,39-48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분명 우리 안에는 이런 것이 존재합니다. 이른바 그릇이 큰 사람과 그릇이 작은 사람의 구별입니다. 옛 경전에는 대인배요, 소인배라고 나누기도 했고요. 군자와 소인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여러분을 구분지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늘이 우리에게 준 천성(天性), 그리고 노력과 배움으로 일궈진 인격의 모양새가 있습니다. 마치 처음에는, 그저 어부에 불과했던 비겁했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부활을 체험하고 성령을 통해 달라진 삶을 살았던 것처럼 그들은 그저 자기 안의 갇혀있던 사람이 아니라, 당신을 받아들여 달라진, 승리자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는 이유도 이런 승리자가 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그게 끝은 아닌 모양입니다. 즉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공적인 자리에 오른 사람이, 위기에 몰리면 여전히 자기방어나 핑계를 대기 바쁜 이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뭔가 이유를 대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데요.
신부로 살면서도 그런 것들을 많이 봅니다. 교회 안에는 각자 맡은 역할들이 있습니다. 신부, 수녀를 비롯하여 단체장, 단원들이 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며 뭔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이란 것이 예상대로만 되지 않기에 사고나 사건이 터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린 어떻게 반응을 하고 있습니까?
오늘 독서는 개개인이 “욕망에 순종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여러분의 지체를 불의의 도구로 죄에 넘기지 마십시오” 라면서 사사로운 집착에 휘말려서 자신과 공동체를 혼란에 빠트리지 말라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과 비슷합니다. 집을 지키는 집사는, 주인이 오기 전까지 집을 잘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은 실제 주인이 원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자신이 맡은 시간동안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였다면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뭔지를 압니다. 즉 ‘뭔가 소명을 받았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단체장을 뽑는 타이밍이 다가옵니다. 안하고 싶고, 피하고 싶고 ‘나만 아니면 된다’ 고 여기겠지만, 그러다가는 여러분이 속한 단체가 사라질 수도,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공적인 일을 맡는다는 것은, 자신의 범위를 맞서고 넘어서는 고마운 단계입니다. 그럴 때에야 당신이 바라시는 것이 뭔지를 알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큰 그릇으로 성장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