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4주간 금요일. 1디모 6,2-12; 루카 8,1-3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만 수원교구 2대 교구장님을 역임하셨던, 김남수 주교님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은 매년 연말이 되면 하시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신 통장에 있던 돈을 떨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연말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가진 것을 털어내신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주교님이지만 갖고 있던 것을 놔 버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부가 된 후 지금까지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이니까, 스폰서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당연히 아껴 쓰면서 씀씀이의 흐름을 봐야지요. 제가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요. 차도 없기에 돌아다니지도 않습니다. 부모님이 걱정되긴 하지만, 헛돈 들어갈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쌓이다 보면 마치 몸 안 혈관에 지방이 쌓이는 현상처럼,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변질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 시작은 자꾸 딴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이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빈 몸으로 복음을 선포하시고 가르치시고요. 그분을 따르는 재산 있는 이들은, 주님과 일행을 도와줍니다. 즉 주님과 제자들은, 가난함 속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그 삶을 보여주시고요. 가진 것이 있는 이들은 복음 전하는 이들을 돕습니다. 즉, 부자라고 해서 꼭 안 좋게 보신 것이 아닙니다. 물질에 잡혀 사는 것을 주의하라고 하셨지, 가진 것을 잘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것이 쉽지는 않지요. 그래서 독서에도 보면, 말씀을 전한다는 이들이 오히려 분쟁과 중상과 못된 의심, 알력 등이 나오고,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부자가 되려는 유혹과 욕망에 사로잡히는 내용인데요.
주님께서는 우리가 일하면서 합당한 대가 받기를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릇을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되면, 그만 헛된 것에 잡혀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늘 문제가 생기지요.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먹을 만큼 만나를 거두지 않고 더 거두어들이다가 썩어버린 사태나,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저희에게 일용한 양식을 주시고” 라는 부분을 바라보면서 주님께서 주신 것들을 내가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하는 지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