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일.

2015. 9. 5. 오후 2:18:43

글자

연중 23주일. 이사야 35,4-7; 야고보 2,1-5; 마르 7,31-37

  예전 어떤 청년과 면담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저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기를 본인은 시험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으며 실패한 적이 없다 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며 앞으로의 상황이 걱정되었습니다. 분명 이러다가 한 번 추락하는 날이 올텐데.. 그러면 되게 아플텐데 어쩌지?’ 책을 읽다가 옛 사람들이 말한 사람의 3가지 불행에 대한 글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소년등과(少年登科)입니다. 즉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너무 이른 성취로 인해, 학업에 더 이상 뜻이 없어져서 더 이상 진보가 없어지는 것이랍니다. 둘째로 부모나 친지의 도움으로 좋은 벼슬길에 오를 때랍니다. 애쓰지 않고 남이 못 가진 것을 누리게 되니, 그 위치가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 자리인지 몰라 제 풀에 무너지기 쉽답니다. 셋째로 재주가 높고, 글 쓰는 문장력마저 능한 것입니다. 거칠 것이 없고 꿀릴 것이 없으니, 실패를 모르고 득의양양하다가 한 순간에 굴러 떨어지는 것을 3가지 불행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우린, 옛 사람들이 말한 3가지 불행을,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고 오히려 행복이라고 여깁니다. 빨리 성공하려하고, 남의 도움으로 무혈입성(無血入城)하려하고, 재주 많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요. 요즘 사람들이 그런 삶을 원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얻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나요? 오늘 말씀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2독서 말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영광스러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됩니다.” 그렇습니다. 말로는 주님을 믿는다면서 실제로 사람을 차별하는 문제가 나오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미 2천년 전에도 이런 말이 나왔는데 오늘 날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지요. 그래서 기를 쓰면서 남과 차별되는 자리에 오르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특권층만이 누린다는 기득권입니까? 일부러 남과 달리 보이면서 얻게 되는 만족감입니까? 이른바 귀족계층에 합류하면서 얻는 명예감입니까?.. 헌데 어쩌지요? 우린 결국 누군가에 비한다면 2인자가 될 수 밖에 없구요. 이른바 을()에 해당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영원한 갑()이 될 수 없습니다. 나이는 들어갈 것이구요, 자연스레 은퇴당하고, 기력은 떨어지고, 벌어놓은 돈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하는 상황이 발생될 것입니다. 예전에 잘 나갔던 때를 아무리 늘어놓아 봤자, 듣는 사람은 그건 옛날 일일 뿐입니다.’ 라고 속으로 여기겠지요.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얼마 전 청년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알려주고 나눠주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것을 견디기 힘들다 고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나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내 얘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떠나고 있으니, 인간적으로 그 사람이 원망스럽겠고요. 내 능력이 의심되니까 본인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어떤 집에 갑자기 정전이 났습니다. 아빠가 라이터로 불을 켜서 집에 있던 초를 꺼내며 불을 하나하나씩 옮겨 붙이고 있었습니다. 헌데 그것을 본 아이가 묻는 겁니다. “아빠~ 불을 붙이면 그 불은 꺼져야 되는데 계속 붙어있네?” 아이가 생각하길 물건처럼 남에게 뭔가를 주면, 내가 가진 것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촛불은 내 것은 계속 남아있으면서 다른 것에도 불이 옮겨 붙여지고 있으니 놀라워서 물었던 것입니다.’ 덧붙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남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해서 내가 가진 것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하면서 나는 더 완전해집니다. 그러니 자신부터 잘 돌본다면 실망감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그러합니다. 유명한 에파타, 열려라 하시면서 고쳐주시는 장면이지만, 그 시작은 사람들이 그를 예수님께 데려가서 그에게 손을 얹어주십사고 청하였다.” 라는 옆 사람들의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즉 우리는 가끔씩 나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옆의 사람들을 어떻게 봐주고 있는가? 차별없이 어떻게 사랑하려고 하는가? 내가 지금은 좀 괜찮은 편이지만 나도 예전에는 이들처럼 힘들지 않았던가?’ 를 떠올릴 때, 기적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본인만 바라보고, 개인만 생각하면, 절대 기적은 생길 수 없습니다.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특히 대다수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라면 더더욱 물어봐야 할 질문일 것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