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1주간 화요일. 1테살 2,1-8; 마태 23,23-26
얼마 전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의 자전적인 글인 “고수의 생각법” 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제자인 이창호에게 모든 타이틀을 잃기도 했지만 1938승이라는 세계 최다승의 기록을 보유한 국수(國手)입니다. 5살에 바둑을 두기 시작해 11살 때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현대 일본바둑을 태동시킨 ‘세고에 겐사쿠’의 ‘내제자’ 됩니다. 내제자란 한 집에서 스승과 기거하며 가르침을 받는 제자를 말합니다. 그렇게 9년을 지냅니다. 당연히 바둑만 두었기에 학교를 다니지도 못했구요. 어릴 때 일본으로 갔기에 우리말도 서툽니다. 게다가 학교를 못 나왔기에 병역 면제자입니다. 그의 제자인 이창호 9단도 그랬구요. 이세돌 9단도 우리가 바라는 학력과는 상관없이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머리까지 나쁠까요? 아니지요. 그들은 승부사로 길러졌습니다. 조훈현의 스승이 특별히 가르쳐 준 것은 없답니다. ‘내가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답이 없는 게 바둑인데, 어떻게 너에게 답을 주겠느냐? 답은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둑이다’ 라고 했기에 처음에는 무척 서운했답니다. 하지만 생각의 자유 속에서 소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가만히 앉아서 수십 수를 내다보는 훈련이 되었기에, 성격에도 변화가 일어나면서 신중하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다는데요.
요 근래 있었던 일입니다. 본당에 성소자가 있습니다. 나이는 내년이면 30줄에 접어드는 친구인데 늦게 성소의 바람이 불어 교구와 수도원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여름이 될 무렵 말을 꺼냈습니다. "이제 슬슬 결정해야 할텐데....준비 잘해라" 알겠다고만 답할 뿐 아직 정하지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한 달 후 직장에 들어갔답니다. 말을 들어보니 번듯한 곳이었고, 그렇다고 성소를 포기한 것도 아니기에 놔뒀습니다. 며칠 전 신학교에 가야할 때가 이르러 면접을 봐야하는데, 회사 일정과 겹쳐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다급하게 말합니다. 저는 짧게 말했습니다. "드디어 타이밍이 왔네~~ 결정할 때가 왔어. 잘 선택해라" .. 일단은 그의 결정대로 회사를 사퇴하고 신학교 지원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결정 난 것은 아닌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즉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 바오로는 말합니다. “우리는 사람에게서 영광을 찾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서도 찾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서도 찾지 않았습니다.” 비록 사람에게서 답을 찾지 않았지만 그는 모두를 사랑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주님께 모든 촉각을 세울 때 답이 보였듯이 말이지요. 예수님이 그러하셨습니다. 12제자의 말을 듣기보다 하느님의 말을 들었기에 “구원의 길”을 보여주십니다. 바리사이들이 주님께 욕을 먹었던 것은, 그들이 제대로 살기보다 비스무리하게 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이기 때문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아닌, 안과 밖을 같게 하면서, 신중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우리들도 단순하게 살면서 참된 것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