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2015. 9. 20. 오전 7:32:26

글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예전에 실제로 있었던 어떤 일입니다. 사귄 지 몇 년 된 남녀가 데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남자가 우연히 길에서 친분이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여자를 가리키며 저 여자분은 누구야?’ 라고 물으니 남자는 이렇게 답했답니다. ~ 아는 사람그 사람과 헤어진 뒤 여자는 심술난 표정으로 묻습니다. 왜 아는 사람이라고 얘기했어? 내가 창피해?’ 하지만 남자는 답을 못했다는데요. 남자의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혹시라도 여자가 생각하는 그 정도의 사랑이 없어서는 아니었을까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참 찔리는 말씀을 만납니다.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믿는 신앙인이라고 하지만, 가끔 신자라는 것을 드러내질 못하는 이들을 만납니다. 왜 그럴까요? 다 나름 이유를 말씀합니다만, 우리가 주님의 자녀임을 나 스스로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잠시 옛날 시절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천주교 신앙 역사를 가진 지 230년 정도 흘렀습니다. 분명 230년 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발각되면 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숨어 다니면서, 드러내지 못하면서, 믿음의 시간을 지내고 버텨왔습니다. 그 분들의 노력과 수고로 성인들도 많이 났고, 작년에는 복자도 탄생하셨습니다. 그렇게 그 분들은 당신들이 살던 역사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셨고 그것을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하지만 우린 어떻습니까? 무엇을 나눠주고 알려주고 있습니까?

  저번 주 예비자 입교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세례를 통해 신앙의 첫 발걸음 떼신 지 이만큼 흘렀습니다. 예비자가 매 번 들어오고, 여러분께서 교회에 나오시고 기도를 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내가 달라지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으로부터 달라지냐고요? 예전의 나에서 달라지기 위해서입니다. 예전의 나에서 머물고 싶지 않으려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식 때 신앙의 서약을 하잖습니까? 달라지지 않으려면 서약을 왜 하겠습니까? 3번에 걸쳐서 믿습니다. 끊습니다를 반복하지요. 그럼 무엇을 믿으려 합니까? 주님을 믿고, 사랑을 믿고, 구원을 믿겠다는 것이지요. 그럼 무엇을 끊습니까? 주님을 거부하려는 마음을 끊고, 사랑을 막아서는 방해물을 끊고, 나 자신에 갇혀있는 것을 끊겠다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모두들 그런 서약을 다 하였지만 실제 생활에 부딪히다보면 나를 숨기고, 사랑을 숨기고, 주님을 세상에 드러내질 않습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예전 신앙의 선조들도 분명 역사의 현장에서 살았던 이들입니다. 그들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현실의 한계 속에서도 거기서 해결점을 찾으려 몸부림을 쳤고, 그 방법을 주님의 방식에서 찾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들 대다수는 그 방법을 내 안에서만 찾으려고 듭니다. 많이 배웠다고 여기기 때문일까요? 당연히 내 안에서만 찾다보면 해결이 안되는 것을 만납니다. 왜냐하면 일단 나 스스로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하다는 나에게서 계속 찾고 있으니 답이 안 나오지요. 그러기에 고민에 휩싸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알게 되지요. 정작 만나야 할 분을 제일 먼저 찾았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제일 나중에서야 찾고 후회하였다는 사실입니다.

  1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왔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 분과 사랑 속에 살 것이다.” 당신을 믿는 마음에서 참된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첫 시작이 열립니다. 그 어떤 어려움도 그 마음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어려움이 우리를 더 이겨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신앙이란 그런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나는 주님의 사랑을 알고 있고, 그 사랑의 효과를 맛보았고, 구원의 약속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독서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합니다.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사랑은 강력합니다. 서로를 묶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랑이 주는 힘을 다시 만나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내가 그동안 어떤 사랑을 했었는 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