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5주간 토요일. 즈카 2,5-15;루카 9,43-45
예전 알고 지내던 어떤 수녀님과 만났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 지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고요. 다만 이 말만 기억합니다. “저는 예전보다 지금이 좋아요...” 사실 그 분의 상태가 편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종신서원을 하긴 했지만, 자신에게 부과되는 일의 양이 만만치 않았구요. 건강도 그리 좋지 않았기에, 계속 신경을 쓰며 살아야 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종신서원만 받으면 다 된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지요. 마치 제가 서품을 받거나, 여러분이 세례를 받고 난 직후부터가 진짜 신앙인의 삶이 시작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말씀은 아직 다 되지 않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입니다. 즈카리야 예언자는 천사와의 만남에서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하시지만,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지려면, 구세주인 당신이 오셔야 하는 시간까지는 많은 인내의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복음에서는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하십니다. 차마 질문하기조차도 두려웠기에 제자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분이 세상에 넘겨져야만 참된 구원이 시작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데요.
사실 우린 잘 모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지를 말이지요. 매일을 보내곤 있지만, 항상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구요. 미래가 왔다고 하여 항상 좋은 결과가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를 준비하면서 차근차근 해 온 사람들이라면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되는 결실을 보면서, 현재를 즐거워하고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 자기 자신을 기대하는데요.
오늘부터 한가위 명절의 시작입니다. 사실 올 초에 다들 나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얼마나 그것이 이뤄졌습니까? 저도 이 성당에 오면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벌였습니다. 주제별 강의도 하였고, 제가 만든 기타반도 중간에 많이 떨어져 나가긴 했지만 12월에 공연을 할 수 있을 만큼 기본기도 세웠습니다. 기도와 멀어져 있던 청년들이 기도의 맛을 느껴가면서 나눔을 하고 있고요. 단체들도 조금씩 기틀을 잡아나갑니다. 작지만 지치지 않는 시간이 우리를 만들어 나갑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시간을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