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간 금요일.

2015. 11. 6. 오전 11: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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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1주간 금요일. 로마 15,14-21; 루카 16,1-8

  많은 분들이 성경을 읽으면서도 헷갈려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오늘 복음인 약은 청지기의 비유입니다. 집사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소식을 접한 주인은, 그동안 일을 해 온 집사를 해고시키려 합니다. 그러자 이렇게 짤려서는 안되겠다 싶은 나머지 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그냥 떨려 나가서, 막일을 하자니 암담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묘수를 생각해냅니다. 주인에게 빚진 사람을 찾아가 빚문서를 조작하여, 일정부분을 받아낸 것처럼 꾸밉니다. 주인은 문서만 확인했기에 집사를 칭찬하는데요.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이렇게 하라는 것인가?’ 하고요.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좋지 않아 보이는 이 모양새에서 우린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삼성이라는 기업을 일으킨 이병철 회장이, 미래를 생각하며, 반도체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위험하다며 남들이 다 반대한 그 시장에 뛰어든 때는, 그의 나이 일흔 셋이었습니다. 물론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를 부추키긴 했지만 그래도 결단을 내렸던 나이는, 남들이 다 은퇴하고 쉬는 나이였습니다. 그렇게 창업주들은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시도하려 했지만, 그의 후손들은 지금 면세점을 짓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제 눈에는 약은 청지기와 재벌 2,3세가 겹쳐 보이는데요. 독서에 바오로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남이 닦아놓은 기초 위에 집을 짓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쉬운 길을 가지 않았고, 무혈입성을 원치 않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드는데요.

  세상에는 약은 청지기 같은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남들이 평가하길, 수완이 좋은 사람 이라고 여길 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세상을 사는 데에도 수완과 잔머리가 필요한데, 그보다 더 큰 하느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큰 생각과 결단과 어려운 길을 가겠습니까?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이 있습니다. 큰 그릇이 채워지려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듯이, 우리 같은 빛의 자녀들은, 항상 더 큰 것을 떠올리면서 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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