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일. 생명주일.

2015. 5. 3. 오전 12: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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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5주일. 생명주일. 사도 9,26-31;요한13,18-24; 요한 15,1-8

  예전에 제 희망사항은 말을 잘 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논리적으로 똑똑하게 말을 참도 잘하는 데, 그 당시 저는 남 앞에 서면 괜히 움츠러들고, 쭈빗꺼렸으며, 말도 참 어눌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연극을 하면서 태도도 대범해지기 시작하였고, 신부가 되어서는 좋은 말씀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그나마 좀 나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제 자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잘하기를 원했던 사실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청산유수(靑山流水)같은 말 잘하는 달변가의 말이 오히려 설득력 없게 들리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3가지의 이유가 있다는데요. 일방적으로 말만하면 상대의 반응을 읽어낼 겨를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말이라는 것은 서로가 해야 하니까요. 둘째로는 말을 유창하게 하면, 아무래도 경박스런 인상을 줄 확률이 높고요. 마지막으로 본인 자신이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입을 계속 놀리면, 필연적으로 말이 길어지면서 전후사정의 내용에서 모순이 생길 수 있고 실수도 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이랍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진정 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은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포도나무의 비유를 드시면서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하십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가 붙는데요. “나에게 붙어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랍니다. 결국 동물은 새끼를 낳아야 하고, 식물은 꽃을 피우고 곡식과 열매를 맺는 것이 자신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시간을 주셨는데도 여전히 답보상태라면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당신을 따르는 사람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2독서에는 더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그 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 분 안에 머무르고 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계명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저 그런 정도의 수준에서의 계명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앞서 저는 말 잘하기를 원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그 말에 힘이 붙으려면, 진정성이 있으려면, 일단은 머물면서 준비해야만 합니다.  그저 생각으로만, 단순한 결심으로만 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안에 담겨있는 것이 나오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당신 안에서 제대로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럴 때야 비로소 좀 더 농축되고 숙성된 것이 맺어지면서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께 여쭤보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그동안 그 분안에서 어떻게 머무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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