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히브리 10,11-18;마르 4,1-20
해외여행을 갈 상황이 생기면 여러가지를 챙겨야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여행용 멀티플러그' 입니다. 각국마다 콘센트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린 220V이지만 아직 110V를 쓰는 나라도 있고요. 우리처럼 돼지코 모양의 콘센트도 있는 반면, 네모난 모양도 있습니다. 콘센트 모양이나 전압도 다양한데, 당연히 내가 하느님의 메시지를 온전히 들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찌보면 참 교만한 것인데요.
오늘 당신은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시며 비유로만 말씀하십니다. 즉 가치를 알아들을 줄 아는 이에게만 더 설명해주십니다. 여기서 우린 이런 것을 깨달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얘기를 들을 때 세상 사람들은 자기네가 쓰고 있는, 민주주의 사고방식,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방식으로 걸러서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겠지요. 그럼 우리는 주님의 메시지를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요? 그렇지요. 민주주의 방식이 아닌, ‘그리스도주의’ 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과 차별된 대조사회이고, 우린 주님의 자녀이니까요. 이게 가능할 때, 공부 잘하는 이들이 공부가 재밌다고 얘기하듯, 주님의 말씀이 재미있게 들립니다. 하지만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자기 방식으로만 들으려니 답답해합니다. 그게 오늘 복음의 이야기입니다.
말씀이 돌밭에 떨어지거나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결말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환난이나 박해에 걸려 넘어지고,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에 흔들리고, 욕심에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하잖습니까? 방법은 배웠지만 실천하지 않는 이들, 이른바 요새 말로 앱(app)과 프로그램은 깔았지만 실행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뭐가 잘못 되었는지도 모르기에 잘못을 반복합니다. 자기 방식으로만 받아들이기에 하느님 방식이 안 먹히지요. 당연히 답답해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신앙과 삶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른바 내 마음 안에도 여행용 멀티플러그가 있어야 변환이 가능한데요.
오늘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학자 기념일입니다. 연구와 교수활동으로 바친 전 생애 동안 심혈을 기울인 끝에, 세상에 나온 신학서 중에 가장 유명하고 훌륭한 “신학대전”을 집필합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얼마나 뿌듯했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나중에 주님을 체험하면서 십자가를 “가장 좋은 서적”이라고 칭합니다. 십자가가 없는 신앙은 그야말로 말라버린 신앙이니까요. 아무리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좋아 보여도, 그 안의 것이 나의 만족감으로 가득하다면,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흔들 때 나는 휘둘릴 것입니다. 뿌리가 없으니까요. 주님의 방식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