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 가해.다해용
저는 요사이 고민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예전보다 신자 수도 많아지고, 성경을 읽고 쓰는 사람도 많아졌고, 그리고 여러 곳에서 봉사하고, 기도를 배울 수 있고, 피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들도 많아졌는데, 왜 우리의 삶은 예전 신앙을 가졌던 그들보다, 퍽퍽한 삶을 가질 수 밖에 없을까? 하고요. 단순히 세상 탓만을 하기엔 무리가 있겠구요. 갑자기 항상 같은 얼굴을 보며, 같은 국과 같은 반찬을 먹고 있는 우리 가족들이 과연 어떤 나눔을 하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부부끼리 사랑하십니까? 부모와 자식 간에 친하십니까? 같은 형제 자매끼리 우애를 잘 나누고 계십니까?’ 이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다면 그 어떤 것을 이루었더라도 별로 의미는 없어 보일텐데요.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입니다. 사실 예수님 가족이 사이좋게 지냈는지, 아닌 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에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추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우리의 요셉 성인을 보십시오. 뜻하지 않게 시작된 결혼생활이었습니다. 마리아는 결혼 전 애가 생겼고, 게다가 아이가 생기자마자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보따리를 챙겨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아기 때문에 본인의 인생이 꼬였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성모님을 보십시오. 천사의 방문으로 시작된 그럴듯한 인생이었지만 아주 현실적으로만 보자면, 끝내 사형수의 엄마로 낙인찍히는 삶으로 마감해야 했습니다. 예수님 또한 어떻습니까? 온갖 가르침과 기적을 사람들에게 보였지만, 끝내 이스라엘을 전복시킬 정치 사형범이라는 판결을 받고서, 자기 측근 제자들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인생이었습니다. 참으로 거시기한 집안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여러분께 솔직한 질문을 드려봅니다. ‘우리가 따르려고 했던 이 분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도 이렇게 살고 싶으십니까? 이렇게 살고 싶어서 오늘도 주일미사에 나오셨습니까?’
이제 우리는 답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 세 식구의 삶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를 말입니다. 이 분들을 보면, 자기 꿈대로 이뤄진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삶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현실을 부정하고 내세의 삶만을 바랐던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과학적인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우린 모두 기압의 영향을 받습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90%는 지상으로부터 20km 이내에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공기가 아래로 작용하는 힘을 대기압이라고 합니다. 이 대기압은 나의 몸을 내리 누르고 있습니다. 당연히 원래대로라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그렇지요 짜부러져야지요. 엄청난 힘이 내리 누르니까요. 하지만 재밌게도 나는 그 기압의 힘을 느끼지 못합니다. 왜 나는 그 기압의 힘을 느끼지 못할까요? 그것은 공기의 무게에 해당하는 대기압과, 사람의 인체 내의 있는 압력의 힘과, 같기 때문에 대기압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치 물속의 물고기가 물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와 같지요. 여기서 우린 이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힘이 부족하면, 나는 공기 중에서도 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서 내리 누르는 힘을 견디지 못하면, 나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상이 나를 내리누르는 힘에 맞서, 내가 이를 견디는 힘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가 관건일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분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물론 가족을 보면, 서로의 답답한 구석이 보여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밉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나를 견디게 해 주는 방파제가 없어지는 꼴인데요.
예수님의 가정도 평범한 집안은 아니었습니다. 21세기의 상황이라면 이미 ‘내 못 산다’ 하며 풍비박산이 났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달랐습니다. 우리도 견디는 힘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바라보며 그 힘을 키워갔듯이, 우리도 그런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내가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는 되지 않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