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간 화요일. 고린 1서 6,1-11;루카 6,12-19
신부로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납니다. 그 중 하나는 교우들과의 시각의 차이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배우면서, 역사 속에서 있어왔던 잘못이 오늘날에도 또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하지만 신부가 되고나니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본당에서 벌어졌던 실제 일화입니다. 그 본당은 10월이면 단풍놀이를 참 많이 갑니다. 물론 예산 신청서에는 ‘피정’ 이라고 써놓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한 교우가 여러 단체에 가입되어 있기에 10월은 여러 군데를 다녀야만 하는 바쁜 달입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체력은 그러질 못합니다. 그 짧은 한 달에 다 다니질 못하니, 계획은 어그러지고 타놓은 예산은 그냥 남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당연히 가지 않았기에 반납을 하고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것을 보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신청한 분들이 가지 못하니 같은 분과끼리 연합하여 결국에는 단풍놀이를 가는 결정을 실행합니다.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된 저는 어이가 없어서 그저 이런 말씀을 드리고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여러분들도 개인 회비를 내셨지만 본당 공금도 반 이상이 들어갔으니 이 사태에 대해 회의를 통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이런 사건은 공문서 위조, 공금 횡령 및 유용과 배임죄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예전부터 그래왔기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시던데요. 목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이 조금 다를 뿐, 이미 결산 내역서를 통해 그런 경우를 여러 번 봤으니까요. 이런 상황에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좋겠습니까?
옆 개신교회가 재판 상태에 놓여있는 것을 보면서 오늘 독서 말씀이 떠오릅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가 다른 사람과 문제가 있을 때, 어찌 성도들에게 가지 않고 이교도들에게 가서 심판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은 아주 사소한 송사도 처리할 능력이 없다는 말입니까?..그래서 형제가 형제에게 그것도 불신자들 앞에서 재판을 겁니까?” 당연히 실망이 되고 ‘이것 밖에 안되나?’ 하는 탄식이 나옵니다. 저는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고민을 합니다. 무조건 덮는 것도, 무조건 밝히는 것도 옳지 않아 보입니다. 이럴 때 우린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님도 연약한 제자들을 뽑을 때 그냥 뽑아도 될 것을 기도를 통해 시작하십니다. 물론 제자들은 조금 있으면 당신을 배반할 것이고 도망갈 것을 아시면서 일부로 속아주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저도 그저 눈감아야 할까요?
저는 교우분들이 행하고 있는 잘못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온 사람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깨닫는 것은 하느님의 영을 받은 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무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던데요. 평소 우리 스스로를 잘 돌아보는 시간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