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일미사. 에제 33,7-9; 로마 13,8-10; 마태 18,15-20
며칠 전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예전에 같이 주일학교 교사를 같이 했던 이를 길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로는 후배였는데요. 다시 만난 지 벌써 15년 만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 하며 다가갔지만, 그는 바쁘다며 총총 걸음으로 저를 그냥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순간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있나? 내가 싫은가? 사이 좋았는데?..’ 하는 별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아직 홀로 산다는 데, 나설 처지가 아니었는지 아니면 정말 바빴는지,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뭔가를 자꾸 따지고 그래야만 본인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읽는 프랑수아 바리용 신부의 ‘흔들리지 않는 신앙’ 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그것이 우선 삶보다 강하기만 하다면..” 이라고요. 삶보다 강한 사랑은 그야말로 희생이요 죽음입니다. 왜냐하면 자기를 따지려고 들지 않기에 누구에게라도 다가갈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러질 못합니다.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자신의 처지를 초라하게만 여기고, 그러다보니 마음만 가질 뿐 정작 표현은 못하고 시간만 보냅니다.
오늘 독서는 서로를 위해서 침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말씀입니다.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그러나 네가 그에게 자기 길에서 돌아서라고 경고하였는데도, 그가 자기 길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자기 죄 때문에 죽고, 너는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가끔 보면 할 말은 해야겠는데 그 사람이 다칠까봐 두려워 말씀을 못한다는 말을 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받을 상처를 미리 예상하려는 차원보다는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려는 시도가 더 우선순위라는 것입니다. 병원에 가면 치료가 잘 되라고 주사를 놔줍니다. 그런데 주사는 아픕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거 맞아야 합니까? 아니면 아프다고 무조건 먹는 약으로 달라고 해야 합니까? 물론 따끔합니다. 하지만 효과는 좋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말을 그 사람에게 하지 않을 때 앞서 말씀처럼,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여러분은 뭐라고 응답하시겠습니까? 복음에도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여기서 우린 형제들이 계속하여 사랑을 시도하려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즉 포기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한가위 명절입니다. 이제부터 벌어질 사항은 이미 예상됩니다. 처음에는 반갑다면서 서로 인사하겠지요. 제사를 지내고, 식사를 하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가족이니까 편하게 말을 할 것입니다. 칭찬도 하고 잔소리도 하겠지요. 물론 관심의 표현이란 것은 알지만, 예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겠구요. 또는 싸우면서 풀기도 할 것입니다. 자~ 우린 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는 가족들과 만나지도 않고 피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말씀을 통해 답을 찾아봅니다. 우린 가족들에게 자기가 품었던 맘 속의 말을 하면서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관심방법이 그들과 달랐을 뿐, 이미 마음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들어있습니다. 그렇다면 명절이라고 불리우는 조상들이 만들어 낸 자그마한 틀을 통해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건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복음 말씀 마지막에 이런 말씀으로 마감을 하고 있습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지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나고 있는 가족을 통해 이미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물론 모두가 내 맘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도 나옵니다. 마태오 복음 10장에 보면 “그 집에 들어갈 때에는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평화는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우린 항상 사랑을 시도하여야 합니다. 아직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 평화는 없어지지 않고 남습니다. 사랑은 사그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퍼지면서 우리를 깊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리시기 바라겠 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