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일 미사

2014. 5. 17. 오후 11: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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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5 주일미사. 사도 6,1-7; 1베드로2,4-9; 요한14,1-12

지난 한 주간 저는 잠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휴가의 컨셉은 효도관광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당신도 어릴 때 가보고 한 번도 가지 않으셨다고 하고, 저도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 때, 얼떨결에 이리저리 어딘지도 모르면서 다녔던 곳을, 25년 만에 제 발로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가면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러다가 황룡사 터에 갔습니다. 황룡사에는 삼국통일을 염원하던 선덕여왕 14. 645년에, 경주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80m 높이를 자랑하는 황룡사 9층 목탑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 염원이 31년 후인 676삼국통일을 이뤄냈으니 얼마나 감개무량했겠습니까? 나라는 바뀌어도 불심(佛心)은 계속된 고려시절, 갑작스런 몽고의 침입으로 모든 것이 불타고 지금의 대들보 흔적만 남았어도 그들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온갖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어도, 그들은 실망이 아닌 굳건함으로 이겨낸 현장을 바라보며 잠시 이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과연 우리의 믿음을 흔드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가? 그동안 쏟아부었던 정성이 다 허물어졌을 때조차도, 그것에 개의치 않고, 갖고 있었던 신심을 잘 보존하고 더 깊은 신앙으로 꽃피워내고 있는가?’

예전 비슷한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열심히 준비해 놓았던 강론자료와 강의내용의 데이터가 한 번에 날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복구가 힘들 정도로 말이지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복구시키려 안간힘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거기에 만족했구나.  여기에 안주하려 들었구나 라고요. 아까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게 나를 살려주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오늘 필립보는 주님께 청합니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그러자 당신은 이렇게 답하십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이 말씀을 들으며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과 함께 이 미사에 참례하면서도, 성체를 내 입에 모시면서도, 봉사를 통해 하느님의 일을 나 스스로 체험하고 목격하면서도 긴가민가 하는 우리의 표정이 여전히 드러나니까 말입니다.

  사실 우린 그동안 남들이 말하던 성공을 위해 많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골에서 상경하기도 하였고, 어려운 일도 만나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무능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믿는 이들이 모인 이 교회 안에서는, 세상에서 똑똑하다는 사람, 무능하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당신의 도구로 쓰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격이 안 되는데 이런 직무를 주네....’ 하며 부담스럽기도 하였습니다만, 2독서에 나오듯이,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라는 말씀처럼, 밖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만 일을 맡기지만, 교회에서는 미약한 나한테도 맡겨주시는 그분의 배려를 보면서, 나도 선택받은 사람이구나. 나도 당신께서 쓰시려는 참다운 도구구나.’ 라는 사실에 기쁨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우리의 이 공동체는 아직 완전한 공동체는 아닙니다. 1독서에도 나오듯이 히브리계 유다인들이 그리스계 유다인들을 홀대를 하면서 불평이 나오듯, 우리 주변에도 그런 이야기는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당신은 우리에게 소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 직무를 통하여 내가 성화(聖化)되어갑니다.

사랑하는 목동 본당 교우 여러분

1784년 이승훈 베드로가 우리나라 처음으로 세례를 받아 한국교회의 시작을 알린 지도 꼭 230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살아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라는 2독서의 말씀처럼, 어떤 위험이나 난관에도 굴복없이 훌륭한 주님의 도구가 되어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입니다.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꿈을 이루려 했을 때,  이를 막았던 자들과, 맞서던 이들과의 대치 시절은 분명 고난이었지만, 이런 과정이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음은 참으로 감사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앙도 세례를 막 받았을 때보다는 발전하였음 또한, 주님께 감사한 일입니다. 우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러기에 각자 좋은 영적인 집을 짓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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