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주간 수요일. 사도 5,17-26;요한 3,16-21
요사이 재미난 책을 하나 읽고 있습니다. 다 읽으면 성물방에다가 책 소개 게시글도 붙여놓을 예정입니다. 좋은 건 같이 나눠야하니까요. 무슨 책이냐 하면 ‘요한 23세 성인교황’ 이라는 책입니다. 이미 주보에서도 광고가 나가고 있지요. 불과 3일 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더불어 그 날 시성식 미사 중계방송을 보면서, 둥글둥글한 외모와는 다르게 참 열심히 사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비오 12세 교황님께서 요한 23세 교황님 -그 당시 안젤로 론칼리 추기경님-을 프랑스 교황대사로 보낼 때 일이었답니다. 처음부터 그 분은 ‘나를 잘못 뽑으셨겠지..’ 싶었답니다. 역시나 그분의 짐작대로, 처음부터 내정된 교황대사감은 아니었습니다. 실상 몇몇 인물이 거론되었지만 건강이 안 좋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차선, 아니 차차선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프랑스 행 비행기 안에서 알게 되십니다. 그 후 이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편지에 이렇게 씁니다. “말들이 주저앉을 때는 당나귀를 내놓게 되는 게지.” 본인이 처음부터 내정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대해 착잡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실망치 않으시고 활기차고 바쁘게 직무를 시작하십니다. 이런 움직임이 세상 변화에 맞갖는 공의회를 소집하신 계기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주님이 맡겨진 구원 사명에 충실하셨던 것처럼, 맡겨진 사명에 소명의식으로 답하신, 성 요한 23세 교황님을 보며 이런 것을 느낍니다. 현실에 대한 실망으로 주저앉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며 꾸준하게 나아가는 추진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분명 구원으로 가는 과정은 우리가 바라는 방향과 다르게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우선 우리의 삶을 보더라도 원치 않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당신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도 당신의 뜻을 이끌어내시는 힘을 갖고 계십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날 진리도 그렇게 만나야 합니다. 빛은 한 방향에서 시작되지만 다른 모든 방향을 비추어 주듯이 말입니다. 그런 힘을 만나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