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4주일미사. 사무엘상.16,1-13;에페소 5,8-14; 요한 9,1-41
저번 주처럼 오늘도 복음이 길었기 때문에, 짧은 강론으로 마칠까 합니다. 어떤 공부를 하건, 제일 중요한 것이 원리와 기초입니다. 이미 몇몇분들에게는 알려드렸습니다만, 가톨릭 교회가 갖는 정체성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가톨릭 교회가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3가지 활동이 있는데요. 이 활동을 함으로써 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실현해 갑니다. 그 3가지란 전례, 선교를 하는 복음선포, 그리고 봉사를 통한 이웃사랑입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3가지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을 골라보십시오?’ 라는 질문을 드린다면 어떤 것이 정답일까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복음선포나 이웃사랑을 답으로 고르십니다. 그러나 답은 전례입니다.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2012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국대비 신자비율은 10.5%입니다. 서울은 조금 많아서 13.2%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해서 90%는 우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가 복음선포를 나갑니다. 이웃 사랑한다고 나섭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과는 다릅니다. 그들이 우리의 고마움을 받더라도, 선뜻 신자가 되거나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분명히 우린 사랑을 실천했는데, 복음을 이야기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무관심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처음 복음선포를 하신 장소는, 어릴 때 추억이 담긴 나자렛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믿음이 없기에 기적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반응은 쉽사리 의욕상실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냉담의 길로 빠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린 힘을 얻어야 합니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전례에서 나옵니다. 그날 들은 말씀과 그날 모신 주님의 몸으로 우린 무장됩니다. 우리를 반기지 않는 그들 사이에 뛰어 들어가, 인간적인 노력이 아닌, 당신의 힘으로 복음사업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주님을 만나 실로암에서 눈을 뜹니다. 처음에는 그분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자신의 체험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살리고, 남들에게도 주님을 알리는 기회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말씀을 자기 식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그의 증언을 믿지 않습니다. 부모들까지도 “그에게 물어보십시오. 나이를 먹었으니 제 일은 스스로 할 것입니다.” 라며 발뺌을 하고 있고요. 바리사이들은 “당신은 완전히 죄 중에 태어났으면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오” 하면서 그를 밖으로 내쫓아 버립니다. 청년의 비판에 대하여 제대로 된 대응보다는 비겁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껏 알고 보던, 교회의 모습에서 벗어나, 원리와 기초인 미사전례를 통하여 그분을 만나야만 합니다. 그래야 내일부터 시작하는 한 주간을 잘 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