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3주간 금요일. 호세아 14.2-10; 마르코 12,28-34
확실히 계절이 달라졌습니다. 공기는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도 기운이 달라져 있음을 봅니다. 주위 분위기도 많이 화사해졌습니다. 그런데 꽃은 언제 피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꼭 봄에만 피지는 않습니다. 때에 따라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꽃이 핍니다. 이런 것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가야 하는 길도 꼭 정해져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모두들 봄에만 꽃이 피어야 한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들볶으며 사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저는 꽃 피는 요즘을 바라보면서, 나의 사랑은 언제 개화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는데요.
오늘 말씀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들에게 품었던 나의 분노가 풀렸으니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응답해 주고 돌보아주는데 에프라임이 우상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는 싱싱한 방백나무 같으니, 너희는 나에게서 열매를 얻으리라.” 한때 겨울왕국 같이 얼음장 같던 차가움을 벗어나, 사랑의 마음을 열어주십니다. 복음에서도 율학학자 한 사람이 지혜로운 대답을 하자, 당신은 이렇게 답하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예전에 어떤 사람과 거리가 멀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마음이 얼마나 상했던지,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바로 끊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괜찮아졌다’ 는 대답이 나오기까지 엄청난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기다리는 저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람에게 대해 화가 나기도 했고, 야속하기도 했고, 원망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그런 관계가 풀리고 나니, 봄기운이 어떤 것인지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용서하려면 사랑의 힘도 필요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간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주님도 우리들을 용서해주실 시간이 필요했을런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우리들이 알아듣고 받아들을 만한 시간이겠지요.
우리에게도 그 시간은 항상 주어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꽃을 피우고 계십니까? 아직 피우지 못했다면 무엇이 그걸 가로막고 있습니까? 그 걸림돌을 치우고 기다림에 맞게 대응하는 사랑이 우리에게서 나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