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2013. 11. 19. 오후 11: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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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

  ‘가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따스함? 정감 있는 사랑? 연기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된장찌개 뚝배기에 가족 숫자대로, 숟가락이 첨벙거리는 그런 느낌이 떠오르십니까? 그런 가족들이 하나 둘 커가면, 다들 새로운 삶을 일궈가지요. 다들 참 바쁩니다. 자기 자식들이 결혼을 해서, 자기만의 가정이 생기면, 형제 자매간에도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가 감돌지요. 서로 부모 형제끼리 싸우고 웃었던 기억들은 어느 새 사라지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와 자식이 제일 중요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불효자입니다. 결혼하여 부모님을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적응해야 하니까요. 오늘 우리 앞에 누워계신 박 마리아 어머님도 그런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가끔 봉성체를 가면, 먼 밖을 쳐다보시는 그 분들의 눈길에 시선이 멈춥니다. 과연 무엇을 보시는 것일까요? 무슨 낙()으로 사실까요? 이 자리에서 교리나 신학적인 설명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인간적으로만 볼 때, 그 분들의 눈에서 기다림이 보여집니다. 기다림, 그건 어쩌면 삶의 희망입니다. 사실 희망이 현실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이 눈 앞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확신할 수 없는, 그 기다림은 마치 새벽의 안개처럼 느껴집니다.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그런 안개처럼 안 보이는 희망을 갖고, 매일 매일을 우리 부모님들이 안고 살아가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렇게 눕게 되겠지요. 지금 가진 젊음이 영원하지 않듯이, 내가 가진 것들이 항상 계속적이지는 않겠지요. 어쩌면 박 마리아 어머님도 우리에게 그것을 말씀하려고 하셨나 봅니다.

  주님께서는 돌아가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정말 잘 모릅니다. 어머님의 마음이 어떠한 지를요. 병환 중의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어눌하게나마 말씀을 건네지만 많은 자녀들이 그 말을 화를 내면서 대응하지요. 하지만 진짜 말하고픈 것은, 말 마디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결국 당신이 떠나서야 알아차리지요. 글쎄요... 우리도 그 때가 되어서야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할 것이 있습니다. 박 마리아 어머님이 주님 품에 잘 안겨 새로운 삶을 잘 사시길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 다시 만나길 희망해야겠습니다. 그럴 때 우린 기쁘게 주님께 보내드릴 수 있을 것이니까요.

...주님 박 마리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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