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간 수요일

2013. 11. 6. 오전 7:25:29

글자

연중 31주간 수요일. 로마 13,8-10;루카 14,25-33

 

  예전 본당에서 청년 회장을 뽑을 때 일입니다. 선거방식을 도입하였고 먼저 추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추천에서 나온 후보들의 소감을 들었을 때, 저는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하려고 하지 않는 강건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진행은 해야 했기에 투표를 했고, 다득표를 받은 친구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그 친구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하냐고..’ 하면서요. 아무리 수녀님이 달래면서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다.’ 라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보면서 ~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나 그것이 잘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 때, 자기가 그동안 믿고 있던 하느님의 힘마저도 무용지물처럼 여기는구나.’ 라고요. 그 사람은 그동안 무엇을 믿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는 비단 그 청년의 문제점만은 아닙니다. 대다수 교우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지하던 하느님의 힘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채, 자신의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지요. 그러면서 우울해합니다.

 

  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사랑이란 마음과 감정, 행동이 오고가는 현장입니다. 여기서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지요. 둘 이상입니다. 그 둘 안에서 무언가가 오고 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란, 서로의 도움과 사랑을 받는 현장이지요. 혼자 힘으로 못하기에 동료가 도와주고 채워줍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사회에서 이렇게 배웠습니다. ‘책임을 강조하면서 너 혼자 다 해야 한다.’ 는 말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당연히 외롭지요. 도망가고 싶습니다.

 

  우린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잘 만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나의 힘만으로 다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둘째. 그러기에 하느님의 능력을 청해야 한다. 셋째. 사실 어쩌면 이것이 제일 중요해 보입니다. 자기의 모든 힘을 내려놓을 때,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는 말씀처럼 내 소유인, 내 의지력마저 내려놓을 때, 살랑살랑 작은 바람처럼 불어오는 그분의 도움이, 내게 어떻게 들어오는 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 도움이 어떤 사람을 통해서건, 물건을 통해서건 오게 되지요. 그것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나는 외롭지 않게 이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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