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0수원,손골

2013. 10. 23. 오전 11:33:16

글자

수원순교성지와 손골성지를 다녀와서...

 

이양숙(데레사, 순례자/수유동 성당)

 

사당역에 내려 1번 출구를 찾아 걸어가는 중 내 앞에 자그마한 키의 수녀님 한 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말을 걸었다.

“수녀님 어디 가세요?”

“네, 성지순례 갑니다.”

“어머, 저도요!! 저는 혼자 왔어요. 수녀님은요?”

“일행이 늦잠을 자서 저도 혼자 왔어요. 그럼 오늘 우리 짝해요!!”

우린 민산관광 1호차에 탑승하여 동석하게 되었다.

출발! 수원성지로! 청명함과 화창함과 따사로움 속에 우리 일행들은 수원성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곳곳의 새빨간 피로 물들었을 사형 터에서 기도 하였다. 순교자분들의 넋을 기리며….

드디어, 점심식사 시간! 너무 맛있었다.(특히, 겉절이 김치!) 식사를 하고난 후 손골성지로 출발하였다. 손골성지에 도착하여 우리 일행들은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며 기도하였다. 기도가 끝난후 성당으로 가는 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도 커다란 십자가 고상이 나를 압도했다.

‘예수님! 예수님! 저 아파요, 너무 아파요......’

살아계신 예수님이 나를 내려다 보는것 같았다. 힘들었던 일들, 감사했던 일들, 예수님께 청하고 싶은것들…. 예수님께 투정(?)같은 하소연도 해보고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느낌, 생각들을 예수님과 함께 나누니 왠지 위로받는 느낌에 가슴이 벅차고 뭉클했다.

손골성당에서의 미사가 봉헌되었다. 식후라서 나른함과 졸음이 밀려지만 성지담당 윤민구 신부님의 강론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들으려 노력했다. 미사 후, 27살에 우리나라에서 순교하신 오매트르 신부님의 동영상을 보았다.

사제가 되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오메트르 넌, 라틴어 실력이 부족해서 사제가 될수 없어.’ 라는 말을 들은 그는 신학교를 잠시 그만두고 라틴어 선생님을 찾아간다. 부족한 라틴어 실력을 개인교습을 받아 결국 신학교에 재입학하게 되어 마침내 사제가 되신다. 그것도 그 시절 들어가기도, 다니기도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파리 외방전교회에 들어간 것이다. 부모님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매트르 신부는 뜻한바대로 드디어 동방으로 파견되셨다.

파견 되시기 전날, 승리의 성모 성당에서 파리 외방선교회 11명의 신부님들과 함께 그곳에서의 마지막 미사를 드리신다.

그 자리가 얼마나 거룩했을까!

그 자리가 얼마나 경건했을까!

그 자리가 얼마나 빛이 났을까!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서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오매트르 신부는 동방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해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바친다는 게 이 모습이 아닐까?

이 거룩한 순교자의 새빨간 피를 보고서야 나를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

성지 순례는 순교자들의 거룩한 피 앞에서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인거 같다. 다음 성지 순례를 기약하며, 소박한 순례기를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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