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21단내 사리틔 공소 순례기

2013. 5. 2. 오전 10:34:54

글자

 

단내 성지, 사리틔 공소를 다녀와서

- 순교 성인의 믿음을 본받고자...

 

서덕희(미카엘라)/순례자·수원교구 정자꽃뫼성당

 

아침 출근길에 근처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소풍을 가는지 꽃구경을 가는지 저학년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새처럼 시끄럽게 재잘대며 선생님을 따라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나도 저런 맘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소풍가던 설렘과 순교자들의 믿음을 본받아 나도 거룩하게 살고 싶다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맘. 성지순례를 떠나는 맘.

남편이 하늘나라에 간 것이 2006년도니까 그때부터 일 것이다. 우리가 한 달에 한번 절두산 성지나 명동성당에서 만나 미사참례하고 점심 먹으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서 위로받고 치유하던 때가…. 전혀 알지 못하던 우리들이 같은 아픔을 지녔다는 것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하느님의 사랑이리라.

그러던 지난 모임에서 우리도 이젠 꽃구경도 하고 바깥바람도 쐴 겸 멀리 나가보자는 말에 마침 ‘순교자현양회 지방 성지순례’를 다니자는 헬레나 형님의 의견에 우린 “딱이다!”합창을 하며 그렇게 단내 성지와 사리틔 공소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른 시간인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사당역에 도착하니 공영주차장엔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개한 꽃들로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운 봄이니 저마다 산으로 들로 떠나는 사람들.

8시가 되자 우리를 태운 버스도 성지를 향해 출발하니 봉사자께서 하루 일정을 소개한 후 함께 기도를 바쳤고 또한 예수회의 신부님들이 어떻게 아시아 선교를 하셨는지 특히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과 마태오 리치 신부님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셔서 지루함 없이 성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1시간을 달려 멀리 와룡산 정상에 대형 예수성심상이 보이자 성지가 가까웠음을 알 수 있었다. 좀 일찍 도착해서 인지 아직 성지엔 사람들이 없어 우리일행만 순례하니 오붓해서 좋았다. 울창한 숲을 따라 걸으면서 검은 바위와 굴 바위를 순례하고 천천히 주변 자연경관을 둘러보니 공기도 맑고 마음도 여유로워져서 너무 좋았다.

단내 성가정 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백지사형을 받고 남한산성에서 순교하신 정은 바오로의 시신이 안장된 곳이요, 김대건 신부님의 사목활동지이며, 특히 단천리는 한국에 교회가 세워지던 1784년 이전부터 천주교와 연관이 있었던 유서 깊은 교우촌으로 이문우(요한), 이호영(베드로), 이호영의 누나 이 아가타, 조증이(바르바라), 남이관(세바스티아노) 등 다섯 명의 순교 성인의 고향이자 성인들의 순교 정신을 현양하고 기리기 위한 성지이다.

성지 내에 숲이 울창하면서도 인적이 없는 와룡산의 계곡과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순례코스가 조성되어 피정하는 마음으로 순례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11시 미사시간이 가까이 오니 언제 왔는지 각지에서 많은 신자들로 성당이 가득 찼다.

3부에 걸친 성지 미사참례와 이정철 바오로 신부님의 좋은 말씀을 들은 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순교자 묘소 참배와 산허리를 끼고 조성되어 있는 십자가의 길을 묵상한 후 우린 바로 사리틔 공소로 갔다.

사리틔 공소가 있는 서리 하반은 지금도 권일신 순교자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용인의 교우촌으로 우리가 아담한 한옥인 공소에 도착했을 때 7대손이신 권혁진 공소 회장님께서 반가이 맞아주셔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짧은 순례길 이었지만 함께해서 좋았고, 수고해 주신 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

‘우리 또 다음 순례지에서 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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