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임하소서!
(행주 성당, 황사영 묘, 남종삼 성인 묘, 양주 관아, 갈곡리 공소 순례)
이정화(젬마) / 순례자 ‧ 창 4동 성당
‘나를 부르면 나 그에게 대답하고, 그를 해방시켜 영예롭게 하리라’(시편 1,15) 주님 말씀을 되새기며 어둠을 가르는 이 시간이 마냥 행복하다.
‘건강주시고 순례 길에 불러주신 주님 찬미 영광 받으소서’
순교자 현양대회가 주최하는 성지 순례와 인연을 맺은지도 10여년이 넘었으니. 이 또한 크신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사순 1주일인 오늘.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믿고 의지해온 수많은 순교자님들의 고귀한 발자취를 밟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묵주를 꺼내든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봉사자님들의 따스함과 상냥한 말씀 또한 구수하다. 행주 성당을 향한 길도 시원하게 뚫려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온다.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뿌리깊은 행주성당, 가혹한 시대의 아픔을 오로지 신앙의 힘으로 이겨낸 선조들의 얼을 가슴으로 느끼며 순례단은 입당성가 ‘지극한 근심에 짓눌리는 예수’를 뜻을 새기며 불러본다.
인근 5개 군을 관할했고 남한에서 오래된 성당중의 하나였던 소중한 이 성당이 젊은이와 아이들로 왁자지껄 하기를 간절히 소망해보며 ‘주여 임하소서’를 정성스레 눌러본다. ‘이 오르간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다음은 백서의 주인공 황서영(알렉시오)의 묘 를 참배했다. 교회 재건을 위해 북경 주교에게 보내는 洋舶請來運動이 천주교에 대한 인심을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니.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다. 시복의 길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南鍾三(요한)성인의 묘를 찾았을땐 눈 앞에 전개된 산세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부귀 영화도 버리시고, 국가의 안정과 새 역사의 창조를 위해 러시아의 남침의 위험을 경고 하셨고, 프랑스인 선교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왕족 자제의 교육까지 하신 훌륭한 순교 성인이시다.
다음엔 흰눈으로 장식한 너른 양주 관아를 밟으며 만감이 교차한다. 다행이 교구에서 치명성지로 가꾸어 갈 예정이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관아 오른쪽 흐르는 냇물옆에 말없이 서있는 저 은행나무는 1866년 병인 박해 때 다수의 신자가 이곳에서 처형 되었음을 알고 있으리라. 가슴이 아려온다.
파주지방 천주교 신앙의 요람지이며 칡이 많아 葛谷으로 불리던 공소에서 우리를 일깨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일행 모두는 묵주 기도를 정성껏 봉헌했다.
보람있는 순례를 마칠 수 있게 봉사해주신 네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순교 성인들이여 우리나라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