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치명자산,초록바위,서천교,숲정이 성지순례기

2012. 6. 27. 오전 11: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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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치명자산, 초록 바위, 서천교, 숲정이를 다녀와서

 

정초희(에바)/순례자 ․ 수원교구 광문성당

 

새벽 05시 13분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아침에 1분이라도 늦으면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출발하신다는 접수받으시는 분의 엄포(?)에 평소에 새벽에 일찍 일어날 일이 없는 나는 일찌감치 씻고 준비를 마쳤다. 오전 7시 30분 사당역 1번 출구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공영 주차장을 향해 조급한 발걸음을 옮겼다. 민산관광차를 주차장 구석진 곳에서 발견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성지 순례를 꼭 가보고 싶었지만 혼자라서 엄두가 나질 않았던 차에 마침 학교 기말 시험도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머리도 식힐 겸 여행을 가보고 싶었던 차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가보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다. 나만 혼자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함께 민산관광 2호차에 올라탔을 때 혼자 오셔서 차창 밖을 응시하고 계시는 몇몇 분들이 계셔 괜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친절하신 봉사자분들의 안내로 오늘의 일정이 설명되었다.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전주 치명자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부터 벌써 산이 가파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산은 예부터 승암산(중바위산)이라 불렀는데 산정에 천주교 순교자들이 묻힌 이후로는 치명자산 혹은 루갈다산 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산 입구에서부터 벌써 우리를 환영하듯 노래가 흘러나오고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주님께 바쳤다. 가파른 돌계단을 주님을 위해 기도하며 올라가니 힘든 것도 잠시 그분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기도를 마칠 때 쯤 우리는 산속의 동굴식 성당으로 동정부부 순교자의 순결한 신심과 숭고한 순교 정신을 높이 기리기 위해 1994년 건립한 기념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메아리 남성합창단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오늘 미사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연세가 지긋하신 신부님의 강론 마지막에 인간의 탐욕, 교만 세상에 찌든 욕망 모두 이곳에 내려놓고 가시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성당위편은 노천극장 같은 광장이 있고 계단을 더 오르면 합장묘와 동정녀 루갈다 유해, 그 형제 유 요안 종선의 묘라는 비석이 있다. 묘소 위쪽에서 보면 바위가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보여 신기하였고 묘소 왼쪽으로 둥근 원으로 표시한 곳에서 보면 고뇌하는 예수상이 라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산 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가파른 산을 타고 내려오니 맛있는 전주비빔밥이 식당에 차려져있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정말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초록바위로 이동했다. 그곳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서소문에서 남종삼과 함께 순교한 홍봉주의 아들이 물에 수장되어 처형된 곳이라 하였다. 더욱 안타까운 사연은 남명희라는 15세의 어린 소년을 불쌍히 여긴 전라감사가 “너마저 죽으면 너의 집안의 대가 끊기게 되니 배교하고 풀려나가 새 삶을 찾아라.” 수차례 권고하였지만 끝내 어린 소년은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만 가로 저었다고 한다. 이런 강한 믿음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나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묵상하게 된다. 초록바위를 지나 서천 교까지 걸으며 순교한 선조들의 넋을 기리며 그들의 믿음에 대해서 생각하니 잠시나마 마음이 차분해 지는 시간들이었다.

먼 거리를 달려와 산을 오르기도 하고 길을 걷기도 하며 주님을 생각하고 기도하다보니 그분과 내가 오롯이 함께 있음을 느끼는 하루였다. 주님께서 내 맘속에 들어와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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