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용소막, 대안리 공소(2011년 12월 회보)

2012. 1. 4. 오후 1: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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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막 성당과 대안리 공소를 다녀와서…

김현란(아가타)/순례자·대구대교구 효자 성당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떠나는 성지순례는 어느 때보다 더 의미가 깊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포항으로 내려가 결혼생활을 한지도 30년이 다 되어가는 제게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잠시 올라오게 되자 언니로 부터 성지순례 가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초겨울의 날씨답게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흔쾌히 함께 동행하여 도착한 곳은 원주교구 용소막 성당과 대안리 공소였습니다.

한 시간 반가량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 원주의 용소막 성당은 어느 영화에서 봄직한 아담하면서도 멋스러운 로마네스크 방식의 역사가 숨 쉬는 장소였습니다. 위종우(요셉) 주임 신부님의 미사집전으로 시작한 순례는 유아세례를 받은 나로서는 추억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마치 들기름으로 닦은 듯 반들반들 빛나는 마룻바닥에 장궤하고 성찬예절 후 성체를 받아 모실 땐. 저 아득한 사오십년 전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여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미사 후 성당 앞에 세워진 유물관을 관람하였습니다. 이 유물관은 이곳 용소막 출신 사제이시며 성모영보수녀회 설립자이시기도 하며 성경 번역으로 잘 알려진 선종완(라우렌시오) 신부님의 공적을 기리는 유물로 가득하였습니다. 성모영보수녀회에서 이 유물관을 위하여 그동안 힘써 오심을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 살아생전, 당시 수련 1년 차이셨다던 어느 老수녀님의 생생한 설명은 신부님의 하느님 사랑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성경을 접할 때는 선종완 신부님을 떠 올리며 감사함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관람이었습니다.

유물관 위로 나 있는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나지막한 야산에 하늘과 맞닿게 나무들이 하나 둘 옷을 벗으며 위로 솟아 있었습니다. 낙엽을 밟으며 십자가 길을 돌면서, 하나, 둘, 나무들처럼 세상사 옷을 벗어 버리며 그분의 삶과 성모님의 삶을 따라 살아 보리라 다짐도 했습니다. 선조들이 숨어서 생활하면서 밟았을 이 땅을 지금 내가 밟고 또 다음 세대에 누군가가 이어 받아 밟을 이 땅. 지금의 순교를 생각해 봅니다.

매순간 작은 것에 감사하였는가, 교회나 나라 탓만 하면서 나의 의무나 책임을 져 버리지는 않았는가, 봉사랍시고 나의 면만 내세우지는 않았는가. 서운하게 했던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했던가, 누군가를 은연 중에 외면 한 적은 없는가, 귀찮아서 양심을 져버리고 슬쩍 넘어가지는 않았는가, 신호등 하나라도 건너면서 질서를 지키려 노력했는가, 말로만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하면서 내 뜻대로 생각하고 행하지는 않았는가…. 성찰해 보았습니다.

14처를 다 돌고 나니 환하게 웃으시는 예수님 상에서 부활하신 그분을 만나는 듯했습니다. 나의 생활에서 매순간 그분처럼 살면서 인내하면 부활한 예수님이 안아 주실 것 같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은 지금 이곳에서 내가 사랑을 만들어 갈 때 이곳이 곧 천국이 됨을 일깨워 주는 십자가 길 묵상이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찾아간 곳은 1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대안리 공소였습니다. 전통 한옥으로 개조된 슬레이트 지붕(원래는 초가지붕이었으나 1950년대 기와지붕에서 1970년대 지금의 지붕으로 개조됨), 등록문화재 140호인 이 공소를 보며 늙어가는 우리네 삶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00여 년이 넘도록 본당이 안 된 공소라면서 수녀님 한 분 만을 배출한 것이 모두 자신의 탓인 듯 겸연쩍어하는, 바쁜 일손을 뒤로하고 달려온 듯 검은 장화를 신은 공소회장님을 뒤로하며 내려오며 나의 삶 안에서 성인들의 삶을 묵상하는 순례의 길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머지않아 나도 저 나무들의 낙엽처럼 떨어져 밟히며 썩어질 그날까지 부끄럼 없이 살도록 이 순간순간의 점들을 잘 이어나가 멋진 곡선을 만들어야겠다고 야무진 결심도 해봅니다.

일손이 딸려 아직 수확하지 못해 빨갛게 익어 얼어서 말라가는 길가의 산수유를 보면서 우리 모두 성인이 되도록 깨어있는 사랑만이 남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감히 부르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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