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21 강화도 성지 순례기(9월회보)

2011. 8. 25. 오후 2:11:20

글자

순교자들이시여, 감사합니다!

 

 

배현조(마리아)/순례자, 방배동성당

 

나는 올해 3월 세례성사를 받고 7월에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신앙생활에 있어서 갓난 아기다. 눈도 뜨지 못하고, 귀도 들리지 않고, 몸도 못가누고, 말도 잘 못하니 걸음마는 더더욱 떼지도 못했다. 그러니 한국 천주교 전래와 역사에 대한 지식도 상식도 전무한 상태이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저 작은 믿음 하나로 성당을 열심히 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그리고 기회만 닿으면 성지순례 길에 오른다. 하느님의 모습을 찾아서 내 믿음을 더욱 깊이 뿌리내리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여덟 번째로 가는 순례길이다. 버스로 한 시간 이십분쯤을 달려 강화도 갑곶 성지에 도착했다. 주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셨다. 길고 긴 장마대문에 파란 하늘, 쨍쨍한 햇빛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순례하던 날 강화도는 달랐다. 너무도 맑고 푸른 하늘,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이 축복의 꽃가루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강화도의 성지에 대해 너무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김진용 마티아 봉사자님께서 함께 순례하시며 안내해주셨다. 이것 또한 주님의 축복이 아닌가 싶었다. 상세한 안내를 받으며 순례를 하다 보니 참으로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곳 강화도 갑곶 성지는 순교자의 선혈로 얼룩진 갑곶돈대 해안과 가까운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순례자들은 김진용 마티아 봉사자님의 설명을 들으며 우윤집, 최순복, 박상손 순교자의 묘소 앞에서 설명을 듣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렸다. 올해 3월에 이곳에 부임하신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 올라서서 우리 인간들의 어리석은 잔인함에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에 억울하게 가신 순교자분들께 위로의 묵념을 드렸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무고하고 아까운 생명들을 잔인하게 참수형으로 보내버린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한숨만 흘러나왔다.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가자 묵주 연못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연잎이 못위에 둥글게 펼쳐져 있는 모습에 우리들에게 모나게 살지 말고 둥글게 살라고 속삭이듯 들려왔다. 묵주 연못을 지나 저 높은 언덕 한쪽에 너무도 조그맣게 지어진 남종삼 순교성인의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진용 마티아 봉사자님으로부터 남종삼 성인 유해의 신비로운 체험의 순간을 생생하게 들어서인지 기념관 내부에 모셔진 성인 유해가 몹시도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내 눈으로 그때의 신비로웠던 현상의 증거 자료를 직접 목격하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감동과 은혜로운 성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주 조금 남아 있던 140여 년 전의 그 유골이 70%의 알코올에 잠기자 붉은 선혈이 피어오르듯 유골 속에서 퍼져 나왔다는 사실은 너무도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진무영이란 조선시대 해상 경비를 맡았던 군영을 둘러보고, 선교사들과 순교자분들이 참수형을 당한 자리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고 그곳을 떠나왔다. (부족한 기억력 때문에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죄송할 따름이다.) 이렇게 무고하게 가신 순교선조분들 덕분에 이 땅위에 우리의 천주교가 더욱더 깊고 굳건히 자리 잡았고, 결국 우리 후손들이 은혜로운 하느님의 은총을 받게 된 것 같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또한 죄송스러운 마음에 고개 숙여 기도드리고 싶다.

댓글 2

  • 2011년 8월 26일 오전 10:13

    순교자들이시여, 감사합니다!

  • 2011년 9월 29일 오후 4:14

    애쓰셨습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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