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남양성지,백학교우촌(2012년 1월 회보)

2012. 1. 4. 오후 1:42:10

글자

남양 성모 성지와 백학 교우촌 순례를 마치고

 

이영숙(발바라)/순례자·수원교구 별양동 성당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서울에서 가까운 남양 성모 성지를 순례자들과 함께 몸을 실어 성지에 발을 내려 놓았다.

3년 전에 순례하였을 때 보다 성지가 많이 정돈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이 모든 것이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의 논고와 많은 후원자들의 관심이 이루어진 것임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14처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면서 기도하는 길은 또다시 우리의 모든 삶을 되돌아보는 참회의 시간이었기에 매운 영하의 추운 날씨를 잊게 하였다.

미사 시간에는 신부님께서 성모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심을 누차 말씀하시면서 묵주의 기도를 사랑하라고 하셨고, 그리고 왜 성모 성지라고 하였는가에도 말씀하시면서 북한의 형제들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이르셨다.

나는 과연 습관적으로 묵주 알을 굴리면서도 진정 마음을 다하여 누구를 위한 성모님과 일치의 기도였는가?

내가 필요할 때는 성모님께 간절한 기도였고, 좀 평안을 찾았다는 생활이었을 때는 좀 습관적인 기도가 아니었는가라는 묵상을 해보니 어쩐지 성모님께 미안하고, 감사하고, 애절했던 사랑이 식어가는 것 같해서 저절로 눈물이 났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성모님 죄송합니다" 하고 크게 소리쳐 보고 싶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백학 교우촌을 찾아서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한참 걸어가는데도 옛 신앙선조들의 이야기와 삶의 대하여 자매님과 서로 나누면서 힘든 줄을 몰랐다.

길 옆 여기저기에는 미처 거두어들이지 못한 배추가 서리 맞어 시들어 가는 것을 보고, 우리 모두가 믿지 않는 이들의 영혼도 저렇게 시들어 가겠지 하면서 선교의 사명이 꼭 선교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믿는 이들의 사명임을 깨달았다.

30~40분 걸어서 백학 교우촌에 도착해 보니 이 산골 속에 어떻게, 무엇을, 먹고, 하늘을 가리고 사셨을까. 또 한 번 지금의 우리들의 안위한 생활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되돌아오는 길에 마을회관에서 이장님께서 우리들에게 볼일도 보게 허락하시고 차와 과일을 대접 받았다.

그리고 그 조그만 마을에 교우들이 30여 분이나 된다고 하시면서 옛날의 선조들의 어려웠던 신앙생활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셨다.

포졸들이 닥치면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산을 넘어 갓등이로 도망치셨다니 갓등이가 지금의 수원 가톨릭신학교 터이니 수원신학교 역시 옛 신앙선조들이 일궈놓은 믿음의 터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해 교구 신학생 및 선교사와 수도회 신부를 배출하는 곳, 신앙의 선조들의 순교로 꽃피운 곳, 순교성인들이여, 감사합니다. 영광 받으옵소서.

돌아오는 길이 다른 여느 때보다 더 은혜로운 순례였음에 가슴이 뭉클하고 감사할 뿐이다.

내가 신앙의 선조들의 후예임을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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