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 고개와 해미 성지를 다녀와서
김연수(레지나)/순례자·우이 성당
찬미예수님!
저희가 사순을 시작하며 잠시나마 순교자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과 성지순례를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모처럼 당신과 새벽 바람을 맞으며 함께 어디론가 떠난다는 설렘에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가 된양 어젯밤은 깊은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그동안 서로 바빠 나누지 못했던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덕산 성당에 도착하여 도시와 또 다른 정취를 느끼며 미사를 드리니 그동안 왜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연애시절의 여유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맛있는 점심식사 후 봉사자가 당신을 불러 데리고 나간 후 잠시 후의 당신의 포졸이 된 모습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학창시절의 가장 행렬 때가 생각이 나서 즐거웠습니다.
즐거움도 잠시 한티고개를 포졸에게 압송 당해 끌려가는 순교자가 된 듯이 오르며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되며 지금의 순간을 주님께 감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름 모를 많은 순교자들 역시 누구의 아버지, 어머니, 누구의 남편, 아내, 귀한 자녀들이었을 것을…. 자꾸 당신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누구를 생각했을까요? 머릿속에는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의 얼굴이 왜 그리 떠오르는지….
이 고개를 넘으면 죽음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님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주님의 사랑을 얼마나 믿었으면 이 길을 처연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처연하지 않았겠지요. 그분들의 가족들이 얼마나 발길을 붙잡았을까요? 사랑하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며 가는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옆에 당신이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또한 이런 행복을 누리게 해주시니 우리 주님께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한티고개에서의 십자가의 길에서는 순교자들의 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슬픈 영화를 보며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맛볼 때와 같은 안타까지만 후련한 느낌이었답니다.
해미 읍성으로 끌려가신 그분들이 갇혀 있던 옥과 호야나무의 철사줄 자리는 아직도 남아 그날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의 순간에서까지 저 옥에 갇혀 칼을 쓰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배교하지 않았던 분들……. 과연 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배교하지 않을 수 있을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으셨을지……. 당신과 함께 한 이번 순례는 주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고 또한 나의 믿음의 부족함과 함께 당신의 소중함과 가족이 있다는 행복감까지 함께 맛볼 수 있어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과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을 주신 주님.
너무나도 부족한 저희를 이토록 사랑해주시는 주님.
순교자들의 고통을 알게 해 주시는 주님.
또한 그 믿음을 보여주시는 주님의 크신 사랑에 무한 감사드리며 우리도 순교자들을 닮아가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함께 노력하며 이 길을 함께 걸어 갈 수 있는 당신이 있다는 것이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또한 시간 시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과 너무도 친절했던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