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진안 어은동 공소를 다녀와서
유영재(마틸다) / 순례자 ․ 서울대교구 방배성당
2012년 8월 19일. 옛날 같으면 전라도가 서울에서 하루 순례 길로 엄두나 낼 수 있는 거리인가! 게다가 며칠 전부터 계속되던 폭염에다 폭우까지 겹친다는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아 더욱 불안한 마음이었으나 한국순교자현양회에서 추진하는 순례길이라 마음을 다잡고 일행과 함께 차에 올랐다. 일행은 같은 성당에서 꾸리아 간부로 일하는 자매들로 서로 의기투합하여 이번 순례 길을 같이 하기로 마음을 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가는 동안 차 속에서의 묵주기도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최고의 약이 되었다. 봉사자의 공소에 대한 안내는 성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우리 일행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간간이 재간있는 입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봉사자 덕분에 초행길이 즐거웠다는 사실을 빠뜨릴 수 없겠다.
마이산을 돌아 진안성당에 도착하니 아담하고 예쁜 성당 모습이 마치 우리 본당과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친숙하기까지 했다. 간단한 안내 설명을 들은 후 최종 목적지인 어은동 공소에 도착, 미사시간을 가졌다. 아담한 방안에서 오붓한 분위기로 무릎을 맞대고 미사를 보았는 바,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49평 한옥의 서까래와 문을 열면 나오는 툇마루가 주는 푸근함 - 바로 고향의 맛이리라. 젊고 건장하신 신부님(000 ? 부제님), 미사가 진행 중인데 같이 참석하고 싶어서(?) 목청껏 울어대며 다가오던 예쁜 벼슬의 수탉, 열어 제낀 문으로 불어오던 무공해 청정바람, 미사 중 후두둑 훑고 간 고마운 소낙비 등 공소에서의 미사는 처음인 까닭에 더욱더 내 기억에 생생한가 보다.
성지로 오고가는 도중의 경치들, 특히 이삭이 패기 시작한 벼가 그려내는 싱그런 초록으로 이어지는 차창 밖 풍경은 우리 순례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고 날씨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안도에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럴 때‘성모님이 우리와 함께 하셨구나!’얼른 기도를 드려본다.‘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언제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고 적극적인 협조로 힘을 팍팍 실어주시며 저희가 주님께 간구하는 모든 은혜를 받아 누릴 수 있게 해주시는 저희의 전구자이신 성모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