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게 한 황새바위 성지
심순옥(젤뚜르다) / 순례자 ‧ 개포동 성당
우리 쁘레시디움(개포 성당 모든 성인의 모후)에서 친목행사로 공주 황새바위 성지로 순례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순례를 가기로 한 날, 태풍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를 보고, 전날부터 갈까 말까 조금, 아니 많이 망설였다. 휴일인데다가, 비도 오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성묘 철이라 차도 많이 막힐텐데. 가지 못할 수십 가지 이유를 스스로에게 대며 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한편 그래도 단원들과 약속했는데, 주회 때 활동 보고도 해야 하는데 어쩌지? 에이, 그럼 그냥 가 볼까? 바람이나 쐬고 올까? 하는 오락가락 하는 마음으로 사당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랐다. 봉사해 주시는 분들로부터 일정과 여러 가지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나는 어느 새 잠속으로 빠져들고, 불편한 잠자리(?)에 목과 어깨를 주무르며 잠을 깨니 버스는 거의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우선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미사를 위해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고해소에 불이 켜져 있었다. 벼르던 성사꺼리(?)가 많은데 성사를 볼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이것 또한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냥 미사를 보기로 했다.
신부님 말씀이 여기는 자유로이 고백성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니 미사와 관계없이 성사를 보라고 말씀하신다. 본당에서 드리기 힘든 부분까지 고해하고 모든 것 다 털어 버리고 가라 하시니 잠깐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신부님의 강론이 시작되었다. 신부님은 우리에게 성지와 순교 성지, 그리고 유적지에 대해 질문하셨고 나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대답이 입안에서만 맴돈다. 순교 성지란 순교한 땅, 거룩한 땅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수님의 현존을 위해서 스테파노 성인께서 현존하시는 주님을 위해 조롱을 받고, 피를 흘리고, 돌에 맞아 순교하신 거룩한 땅이라는 의미이다.
이곳은 황새의 서식지라는 의미의 황새바위, 또는 죄인들이 목에 항쇄로 된 칼을 차고 바위 앞에 끌려가 처형 되었다고 해서 항쇄바위라고 하는데 공주 감영이 있던 이곳에서 순교하신 분들은 모두 337분, 이는 감영록에 기록된 문서를 바탕으로 10세에서 84세까지, 대부분은 서민들이고 프랑스인 신부님들도 계시고, 이렇게 많은 분들의 순교로 인해 금강이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강론이 계속 될수록 점점 고개를 들 수가 없고,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데 급기야는 눈물, 콧물까지 나오고 있었다. 가방을 열어 수건을 찾아야 하는데 수건은 커녕 휴지 한 장 보이지 않고, 부시럭대며 주변분들 분심 들게 하고….
과연 이들은 무슨 부귀와 영화를 받기 위해, 어떤 거창한 복을 받으려고 신분이나 나이와 국적과 상관없이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목숨을 바쳤을까?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고, 모진 고문 앞에 얼마나 두려웠으며, 순교와 배교의 사이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자신의 십자가를 받아 들이자’는 신부님의 강론을 마음속에 새기며 세상 기준에만 모든 것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는 이기적이고 초라한 내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성지순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