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토요일 아침에 본당 ME 가족들과 함께 나바위 성당으로 순례를 떠났습니다. 전날 장마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순례를 떠나는 날 아침은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나바위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지에서 신부님의 강론과 수녀님의 성지 소개를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고통과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십자가를 통해서 주어지는 하느님의 계획과 뜻을 받아들이고, 영적으로 성장한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9년간 외국에서 공부를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1년이 채 안 되는 동안 활동을 하셨으며 순교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받아들였고, 신자들에게 앞으로 더욱 풍성한 신앙의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고 약속하였습니다.
나바위 성당이 성지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김대건 신부님과 일행’들이 라파엘 호를 타고 나바위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강경은 큰 포구였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바위 쪽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안전하였기 때문에 김대건 신부님과 일행들은 나바위에 배를 정박하였습니다. 나바위는 김대건 신부님 당시에는 이름 없는 작은 동산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순례객들이 찾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상해를 출발해서 나바위에 도착한 것은 42일만이었습니다. 보통은 일주일이면 도착하는데 배가 작았고, 도중에 풍랑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풍랑을 만난 배는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일행은 제주도가 섬인 것을 알고, 다시 한양을 향해서 배를 저었고, 42일 만에 나바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중에 풍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미리 첩보를 입수한 관헌들에 의해 체포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김신부님과 일행들이 만난 풍랑은 어쩌면 관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하느님의 뜻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살면서 뜻하지 않은 ‘슬픔, 아픔,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런 십자가를 원망과 분노의 눈으로 받아들이면 결실을 맺기 어렵습니다. 그런 십자가를 통해서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계획을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구약성서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요셉은 형들에게 버림을 받았고, 이집트에서는 주인의 아내의 무고한 고발로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그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였고, 하느님께서는 요셉을 통해서 기근에 굶주리고 있는 형제들을 이집트로 이끌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성지 소개를 하시면서 나바위 성당의 2대 신부님이신 ‘소세’신부님의 묘소를 소개하였습니다. 초대 신부님은 29년을 있으면서 성당을 짓고, 학교도 세우고,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묘소가 없었습니다. 2대 신부님은 2년 동안 계시면서 무릎의 종양 때문에 거의 활동을 못하셨고,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럼에도 소세 신부님의 묘소는 나바위 성당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명당자리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이렇게 설명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초대 받는 것은 우리의 업적과 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품으로 받아 주실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저는 신부님과 수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신앙의 2가지 핵심을 생각하였습니다. 하나는 십자가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많은 방법이 있었지만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려고 하였습니다. 가장 천대받고, 멸시받는 십자가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런 십자가를 거룩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고통과 박해, 시련과 환난은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주어졌을 때, 하느님 은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성서와 많은 순교 성인들은 그런 은총의 체험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받았고,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 사랑과 은총을 감사드리며, 충실하게 살아갈 때 우리는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내가 드리기에 채워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받은 것을 감사하게 여길 때 더욱 채워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