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지방 자치 단체장들의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맡은바 책임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구청엘 갑니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신자들을 위한 미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청직원들은 전임 구청장의 퇴임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8년간 함께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신임 구청장의 취임을 기다리면서 약간은 긴장하고 설레이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 취임한 구청장도 구민을 위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의 아픔을 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사제들은 5년에 한 번씩 새로운 임지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정든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은 늘 긴장이고, 새로운 도전입니다. 편하고, 익숙한 것들을 버리고, 새롭고, 낯선 것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배들은 다른 곳으로 갔을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들을 알려 주시곤 했습니다.
첫째, 새로운 곳에 가면 긴급한 사항이 아니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신자들도 전임 신부님의 사목 방침에 익숙해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몇 달간 상황을 지켜보면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본당에서의 사목은 ‘행정, 재정, 관리’일 수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신자들의 ‘희망, 고통, 기쁨,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가능하면 함께 일하는 신자들의 이름, 세례명, 하는 일, 나이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방문, 반 모임 등에 함께 참여하며, 구역단위의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전임신부님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잘못된 점들을 드러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난과 비판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지만, 그런 분들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앞으로는 전임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는 가능하면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난과 비판도 필요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사목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기다림입니다. 5년간은 있을 본당이기 때문에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 신자들은 새로 온 사목자에게 정을 주고, 사랑을 주기 마련입니다. 사제 또한 몇 달이 지나면 동네의 사정도, 신자들의 마음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억지로 막으려 하면 터질 수도 있고, 너무 빨리 흘러가게 하면 좋은 것들까지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다섯째, ‘누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입니다. 가난한 분, 외로운 분, 아픈 분, 절망 중에 있는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 아이들과 가까이 하고, 받을 것이 많은 분들과의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줄 것이 없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그분들을 통해서 주님께서 주시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신자들과 어려움을 겪는 신부님들을 봅니다. 대부분은 앞에 말씀 드린 원칙들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있었던 권위는 ‘힘, 재산, 능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권위는 ‘봉사, 희생, 사랑’에서 나와야 합니다. 새로 취임한 지방 자치단체장들도 처음 가졌던 그 마음으로 ‘봉사, 희생, 사랑’에서 나오는 권위를 가지고, 성실하게 달릴 길을 달리기 바랍니다.
오늘의 성서말씀은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 하느님의 말씀이다. 내가 이 땅에 굶주림을 보내리라. 양식이 없어 굶주리는 것이 아니고, 물이 없어 목마른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여 굶주리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