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 성인
형제 둘이 양을 훔친 죄로 평생 동안 ‘Sheep Thief(양 도둑)의 약자인 ST를 이마에 새기고 다녀야 했습니다.
형제 중 하나는 그 오명을 숨기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신분을 숨기고 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그 글자가 무엇을 뜻하느냐고 묻는 바람에 그는 심한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리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는 괴로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타지에서 한 맺힌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형제 한 사람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나는 양을 훔쳤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죄를 씻기 위해서라도 여기 남아서 나 자신과 내 이웃으로부터 다시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수십 년이 흐르면서 그의 성실성은 온 마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하루는 외지 사람이 그 마을에 들어왔다가 이마에 글자가 새겨진 노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에게 노인의 이마에 쓰인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요. 자세하게는 생각나지 않은데, 그 두 글자는 ‘saint(성인)’의 약자지, 아마.”
우리는 앞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느꼈듯이 과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의 말씀 따라 살아갈 것을 권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어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시고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고 말씀하셨다.”(마르 1,16-17)
예수님께서는 시몬과 안드레아에게 생업을 다 내려놓고 당신을 따라 하느님 사업을 함께 하자고 권고 하십니다. 이들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묻지도 않고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으십니다. 그리고 이들 또한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사후 보장을 논하지도 않고 예수님 말씀 한 마디에 목숨 줄 같은 어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서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모습을 봅니다.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오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신의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라고 강요하지는 않으십니다. 자신의 생활 속에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달라고 하십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을 낚을 수 있는 어부란 내 욕심만 부리지 않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베푸는 마음만 있으면 이웃은 내 삶의 모습을 보고 줄 없는 낚시에 줄줄이 꿰어 오겠지요. 우리 레지오 단원들의 생활이 바로 이런 모습으로 그려지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