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용서하세요.
엄마는 딸이 데리고 온 남자를 보고 기가 막혔다. 하지만 딸은 엄마의 완강한 반대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싸움 끝에 딸은 시집을 가버렸다. 엄마는 화가 나는 한편 가슴이 아팠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서 아빠 역할까지 하며 딸을 열심히 키운 엄마였다. 누구보다도 예쁘고 똑똑한 딸이 대학도 마치기 전에 자기보다 열 살이나 많은 이혼 남이랑 결혼할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야단을 쳐 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릴 때부터 유독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항상 병아리처럼 엄마를 졸졸 딸아 다니며 “엄마, 엄마는 절대 늙으면 안돼 알았지?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늙어야 해! 약속해!”라고 종알거리곤 했었다.
또 철이 들어서부터 딸은 엄마의 친구가 되었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도 숨김없이 나누었다. 엄마가 가끔 딸에게 이상형을 물어볼 때면 딸은 어리광을 부리며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나는 결혼 안 하고 엄마랑 평생 같이 살 건데? 나중에 엄마가 걷지도 못 할 정도로 늙으면 나 말고 누가 엄마를 돌봐줘?”
딸이 했던 모든 말들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딸은 모두 잊어버린 것만 같아 엄마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을 버린 딸을 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
몇 주가 지나고 집을 나갔던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나 결혼해. 엄마가 꼭 와서 축복해 주면 좋겠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화가 풀리지 않은 엄마는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이 전화는 딸과의 마지막 통화가 되고 말았다. 딸이 그만 신혼여행 중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엄마는 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축복도 못해주고 딸을 떠나보낸 이기적인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뒤늦게 후회해 봤자 죽은 딸은 되살릴 순 없었다.
우리는 용서나 화해를 하지 않고 세월이 흐른 뒤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 주위에서 그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교우들끼리 서로 다투고 앙심을 품고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를 봅니다. 어느 경우는 서로 법정 다툼도 합니다. 그리고 서로 등을 돌리는 경우를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마태 7,1-2의 말씀을 통해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 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 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받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십 계명 중 제 오 계명에서 ‘사람을 죽이지 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생명을 해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간접적인 살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려 상대를 미워하고, 괴롭히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욕을 주고, 험담을 하고, 상대에 대하여 악의적으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하는 일 등 모두가 넓게 보면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루카 6,27-36 말씀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주십니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두어라.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너희가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이해해주고 베풀면 그 공이 너희에게 갈 것이다’ 라고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구체적으로 하늘나라에 재물을 쌓는 방법을 일러 주고 계십니다. 그런대도 우리들이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주님은 비유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말씀을 하시는데도 우리가 그 말씀을 잘 알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루카 6,46-49 말씀에서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한 것을 실행하지 않느냐?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오늘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즐겁고 희망찬 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