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세가지 색종이
글을 잘 읽을 수는 없지만 매일 성체조배를 하시며 열심히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할머님께서 성체조배를 하시는 모습을 보시던 신부님의 눈에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할머니는 조배 중 무엇인가를 손에 쥐고 마치 보물인양 소중히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은 혹시 그것이 부적이 아닐까 염려되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고 조배를 마치고 나오는 할머니께 여쭈어보았습니다.
“할머니! 아까 우연히 보니 성체조배를 하실 때 무언가를 손에 쥐고 소중히 다루셨는데, 그것이 무엇인지요?”
“아이고, 우리 신부님 뭘 그런걸 알려고 그러셔요?”
할머니께서는 처음에는 부끄럽다며 말씀하시지 않으셨지만 신부님의 의중을 헤아리셨는지 곧 신부님의 궁금증을 풀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며 감사의 기도를 잘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글을 배우지 못해 기도문을 읽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도하기 위해 세 가지 색종이를 가지고 다니며 이렇게 기도하고 있답니다.
까만 색종이를 쥐고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저지른 나의 모든 죄를 돌아보고 뉘우치며 다시는 죄 짓지 말자고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빨간 색종이를 쥐고는 이렇게 죄 많은 나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내 대신 십자가에서 성혈을 흘리시며 돌아가신 예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하얀 색종이를 쥐고는 이제 내가 예수님을 믿고 가르침대로 살아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나도 죽어서 천국에서 살겠다는 희망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지요.”
할머니의 세가지 색종이,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오래 전 춘천교구 청평교회 주보에 게재된 글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보고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얼마만큼 주님을 신뢰하며 주님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있는가? 깊이 반성을 해봅니다. 문맹의 할머니는 색종이로 주님께 지난날들을 참회하고, 자신을 위해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성혈에 감사하며, 주님의 말씀대로 잘 살아, 죽어서는 주님 곁에서 안식을 누리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
“주님! 오늘 하루 색종이의 빛깔 따라 기도 하시는 할머니의 신심을 닮게 하시고, 주님의 말씀 따라 살아가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