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을 하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내내 자리에 앉아서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을 보라는 것은 사실 무리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지만 이론강의를 다른 방식으로 다룰 수도 없는 일이니 나름 어수선함과 엎드려 자는 학생들과 타협을 해나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조금은 서글퍼진다. 고등학교 교실이 대학으로 옮겨진 양상이리라..
어느 날 출석을 부르자 몇 명의 학생들이 우르르 나가버렸다. 교단위에 서서 나는 무시를 당한 느낌에다가 출석만 부르고 나가버리는 행동이 너무 무례하다 못해서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반대표에게 저 학생들 명단을 알려달라고 했다. 점수를 깎겠다고 했다. 사실 무기로서는 좀 빈약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 채로 일주일이 지났다.
다음 주 그때 빠져나간 학생들이 우르르 찾아왔다. 사과를 드리러 왔다는 것이다. 그래 출석만 부르고 나간 사유가 뭐냐고 언성이 높아졌다. 좀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라는 것이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개인적으로 할 일이 뭐냐고 캐어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는 것이었다. 나름 출석부에 체크되었으니 안들어도 되겠다는 느슨한 생각인 것이었다.
학생들은 목을 빳빳이 세우고 세 번이나 왔는데도 연구실이 비어서 사과를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언성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기 시간표 안보여? 야간수업에다 연구일.. 내가 너희들 따라다니면서 사과 받아야 하니?”
사실 난 교수지 그 아이들 친구는 아니다. 사과라는 단어도 적절하지 못하다. 평상시 내가 얼마나 만만히 보여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면서 이 학생들이 얄팍하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그 진심없는 태도들에 숨이 막혀왔다. 내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 이 XX들아 너희같은 녀석들 때문에 신문 사회면이 얼룩덜룩해지는 거야 ” “누가 교수고 누가 학생이니?” 악을 쓰면서 열을 내어 소리지르는 내가 어이없기도 하고 말만한 여섯명의 장정들이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천둥벌거지 같은 아이들..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사실 그 문제가 그렇게 악을 쓸 만큼 큰 일은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감도 성의도 없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 “나중에 체육지도자가 될 거라면서 좀 멋있게 살아라. 이게 뭐하는 짓들이냐?” 대충 그 정도 악을 썼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들어갔다.
“저도 젊은 시절에 스스로의 거짓에 속아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삼팔 광땡과 삼팔 따라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거예요. 흉내를 내면서 우기지 마세요. 진실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따라지입니다. 인생은 긴긴 마라톤입니다. 짧은 것을 얻으려고 속이고 살지 마세요. 자신에게 정직하세요.” 뭐 이런 고백같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 여섯 녀석이 쫒아나오는 것이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건 진심어린 목소리 같았다.
선생은 먼저 살아간 사람이라서 자신의 먼저 살았던 인생을 나누어 주는 사람인가보다..그렇게 생각했다. 뭐가 감사한지 정말로 알았다면 내 몫은 다한 것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