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러하듯이 살다보면 넘어서지 못할 듯한 산을 넘어야하는 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해서 이 길을 가느니 차라리 말지 싶기도 하고 도저히 갈 수 없이 막혀있는 길 같기도 하여서 막막한 시간 말이다. 그럴 때 누구나 가장 쉽게 선택하는 길이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실제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 도 있겠지만 스스로 빈둥대면서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듯하게 시간을 그저 보내는 살지않는 상태를 일컫기도 한다. 삶을 삶으로 맞이하지 않고서 그채로 흘려보내는 것이 죽음과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니 말이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숨은 쉬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것은 직면하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머뭇거리면서 피하는 행동이기도 하고, 망설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은 맞이하게 되어있다.
항상 극도로 긴장하면서 깨어있으라는 것은 정말로 너무한 무리이다. 쉬는 휴식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저 서성이면서 살아내지 않고 삶을 흘려보내는 사람들을 가끔씩 주변에서 바라본다. 삶에 뛰어들지 아니하고서 삶의 언저리를 서성거리기만 하는 사람들.. 그저 욕심이 없는 듯 인생을 포기한 듯한 사람들.. 역 주위에 노숙을 하고있는 사람들의 때묻은 얼굴에서, 술냄새 풍기며 흐느적거리는 눈동자에서 그런 모습들을 너무나 자주 발견한다.
잠을 자기 위하여 진통제나 수면제가 아니라 마취제를 사용하다가 죽음을 맞았다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가수에게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가 너무 버거웠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신문에서는 그 사람이 아버지의 학대를 혐오했다고 하지만 그보다 자신은 아마도 백인이 되기를 원했을런지도 모른다. 유전인자를 가진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흑인이 성형수술을 한다고 백인이 되는 것도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의 앞에서 그 산은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산이어서 마취가 되지 않으면 잠도 잘수 없는 사람으로 흐느적거려야 했다는 이야기가 너무 아프게 들린다.
그러나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인간에게도 있는 고뇌이다. 어느 선에서 받아들이고 어느 선에서 타협을 해서 현실을 살아내는 밑지면서라도 장사를 시작하여 마지막 순간에 수지타산을 맞추어보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 나이가 되도록 아버지를 못받아들이고 자신의 피부색을 못받아들이면서 방황한다면 그것은 이미 멀리 떨어져있는 유령에게 주먹질을 해대는 시체와의 싸움과 다르지 않은 행동일런지도 모르겠다.
여름철 서울역 앞에 가면 술 냄새를 푹푹 풍기면서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드러누워 있다. 다들 사연이 있을 거란 것을 안다. 사업에 실패했고, 아내는 가출했고,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떠나버린 집과 현실이 너무 아팠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땅에 발딛기가 너무 버거워서 땅에서 발을 떼어버린 사람들의 모습들.. 그것이 마치 죽음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나 역시 그런 고뇌의 시간을 가져보아서 그 고통의 깊이를 알기 때문에 나의 그림자처럼 느끼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상태를 가리켜서 ‘미쳤다’고 표현하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그 사람은 제 정신이다. 그것은 미친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포기할 것들을 하나도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죽은 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노숙자들은 너무나 많이 있다. 퇴근 길의 수원역에도 득시글거린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고삐를 놓아버린 사람들이 땅에서 발을 떼어버릴 수 밖에 없을 정도의 고통을 이해못하거나 납득 못해서가 아니라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땅에 발딛고 살아가는 인간의 행복을 알기 거부하는 것은 분명히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내는 사람은 행복하다. 현실에서 넘어서지 못할 것만 같은 눈앞의 산이 아무리 가파르고 높아도, 그 산을 넘다가 죽을 지라도, 그곳에서 아픔을 머금은 채 삶을 살아내는 것은 살아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고, 단 한번의 생명을 택하는 것이니 그것이 가장 소중하고도 행복한 일이다. 고통은 서서이 나중에 곱씹더라도 살기로 작정하고 살아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 출판사에서 원고청탁 받기를 학생들이 읽을 수필을 써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쓰고있는데.. 도와주십시오..
변변치 않더라도 쓰고 있는 짧은 원고를 올려볼까 생각합니다.
읽고 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