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보칠

2011. 12. 3. 오전 7: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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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와 아들놈은 내기를 자주 합니다.
조금 무모하다 싶은 것도 서슴치 않고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참 재미 있죠. 둘의 주장은 이런 재미도 없이 어떻게 사느냐.
도대체 아빠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느냐고 항변 아닌 항변을 듣곤 합니다.

저희가 이곳에 온지 일년쯤 돼서 둘 사이에 내기가 있었습니다.
콜라값을 두고 내기를 했는데, 집사람은 이기면 매일 저녁 설거지, 아들놈은 농구화를
사달라고 했죠. 아들놈은 너무 확신한 나머지 매일 저녁 설거지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줄
모르고 덜커덕 응했다가 아직까지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자주 내기를 서로 했습니다.

지난달 내기는 입안이 헐 때 한국에서 바르는 약이 무엇이냐였습니다.
당연히 오라메디일 것이라 확신한 옆지기와 다른 것이 있다고 주장한 아들놈.
옆지기가 아는 아줌마 다섯 명에게 확인해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아들의 승리
모든 아줌마가 오라메디라고 말하면 옆지기의 승리. 이 내기에 2백불을 걸었습니다.

두 번째 아줌마까지는 당연히 오라메디라는 답이 왔는데, 세 번째 아줌마의 답이
여기에서 바르는 프로폴리스 비슷한 것이 한국에도 있다는 답에 아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백불을 뺏긴 옆지기는 계속 이 문제를 가지고 아들에게 찝적댔습니다.

"아! 진짜 엄마, 나 이거 엄마가 거기 어디냐 마포 이층집에서 살 때 발라줬다니까 그러네"
"내가 이름도 모르는 약을 어떻게 너한테 발라주냐고! 기억이 없다니깐"
"참 환장하겠네. 나 진짜 기억하고 있다니까, 정말 죽을만큼 아팠어"
"니가 그때가 몇 살인데 그것을 기억해! 말도 안 되는 소리할래?"
"엄마 나 그 고통이 너무 심해서 잊을 수가 없다니깐 그러네"

옆에서 이래저래 말이 오고 가는 것을 보고 알보칠이란 이름의 약을 찾게 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 약이 97년부터 판매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포 이층집은 염리동 살 때 이야기가 맞더군요. 어린이집 앞에 살 때의 추억입니다.
모든 것에 일등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녀석이라 아주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이집에서 일등 못하고 오면 분해서 울고 그랬던 기억도 있고, 친구 물건 훔쳤다가
제가 아주 세게 혼냈던 적도 있고, 아직도 가끔 이야기 합니다.

하여간 유투브에서 동영상을 찾아 보게 됐는데,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더군요.
저도 한 번 발랐던 기억이 있는 것 같고, 저도 저 아빠처럼 웃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답니다.

가끔 옛 이야기를 하는 아들놈의 기억이 너무 정확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철 없이 살다 무식하게 아이를 키운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제 저녁은 알보칠이란 약으로 한참을 웃었습니다. 옛날처럼 아들놈이 침대 가운데에 끼어
도란도란 행복의 산을 쌓았습니다. 아들놈의 기억을 통해서..

댓글 1

  • 2011년 12월 7일 오후 11:31

    언니, 졌구나!....재미있게 지낸다. ㅋㅋㅋ

행복 - Happy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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