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시조개 국물을 한솥 우려내었다.
말갛고 뽀얀 국물에 실파라도 송송 썰어넣어 후루룩~ 마시면 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간에는 참으로 좋다는 이 음식을 나는 한번도 그형제에게 전해주지도 못한채
그를 떠나보내버렸슴을 두고두고 안타까와 하며 ....
모시조개를 끓일때마다... 검정콩을 불릴때마다.... 용기없는 나를 나무라고만 있다.
관산동 성당 한사람 한사람의 땀방울과 열정들이 모여 잡초무성하던 그 땅에
수박색 비닐 성당이 세워지고... 경찰아저씨들의 구둣발소리와 이웃들의 아우성소리속에서도
첫번째 성탄과 부활절도 조마조마하게 지나고....성모의밤.. 성모승천 대축일...
1주년 본당 행사도 대박으로 끝난 추석연휴에 닥쳐온 우리 기억속의 첫번째 불행과 아픔속
한가운데 최연소 구역장으로 동서남북 뛰어다니던 대경 도미니꼬형제의 간암말기 선고는
느긋하게 여유로운 연휴를 보내던 우리모두에게 청천벽력같은 믿기지않은 슬프고 아픈 소식이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우리성당 가족모두는 곧바로 몇번의 9일기도에 매달리며
형제를 살려달라고 욥을 다시 일으킨 주님께... 나자로를 살리신 주님께 눈물로
기도하며 애원했다.
식이요법으로... 방사선치료로...기도로...운동으로 온갖 투병을 참아받으며 삶의 의지를
그렇게 부여잡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이 들었다.
어떤땐 형제의 암이 작아졌다는 소식에 모두들 기뻐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가도
주일이면 안깐힘으로 웃고있는 형제의 얼굴을 보면 가슴이 아파 차라리 돌아서버렸던기억..
미사중 내내...
젊고 서러운 엄마의 품에안겨 칭얼대는 어린 딸아이는 엄마의 가슴을 또 얼마나 후벼파고 있는지..
창문넘어로 바라다보며 천근의 가슴 함께 쓸어내려보지만
주님! 이또한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거두어 주십시오.
어린것들의 눈에서 아빠의 모습을 잊게하지 말아주십시오.
아내의 마음에서 더이상 남편의 아픔을 함께 하지못해 절망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꾸미며 이세상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다오라 하신
주님이시여!
우리 사랑하는 젊은 형제가 성가정의 꽃봉오리 활짝피워올려 이세상에서
그들때문에... 그들의 모습에서 당신의 영광을 우매한 저희눈이 보게 해주소서!
하느님.. 이밤 시리고 안타까운 저희영혼의 기도를 바치오니
저희에게 형제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울며 가슴치며 안타까와하던 중....
어느날... 끝까지 포기치 않고 살아보리란 그의 삶의 절규가 죽음저편으로 넘어갔다는 소식...
우리형제 대경 도미니꼬가 오늘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들의 손을 놓고 짧은생 모두 내려놓은채
그렇게 우리모두의 곁을 홀연히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만나지 못한 지난 몇주는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며 애써..
풀줄기 하나라도 잡고 일어서리란 믿음의 희망으로 궁금치 않은양 했는데..
잘가란 말한마디.. 나눴던 눈인사 하나없이 바람결에 그저 세상떠났다는 소식에..
내 삶의 한귀퉁이 맥없이 내려앉는 망연자실함...
어찌하나..어찌하나.. 가여운 우리형제..
함께 천막을 세우고 함께 의자를 나르고 못질하고 망치질하며
온갖 고달픔과 뿌듯함을 함께 나누며 행복했던 우리형제...
나자로를 살리신 예수님께 그토록 매달렸고.
어두운 새벽길 헤쳐가며 형제를 살려달라 그토록 원하고 매달렸건만..
당신 아드님까지 죽음의 십자가 형틀에 매달은 그분의 뜻을 우린 결코 몰랐어라..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은 .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않는 위장만큼이나
허하고 애달파 이불 뒤집어쓰고 드러누워 자꾸만 솟아오르는 화~ 닮은것들을 다스려보다가..
오늘밤은 그냥 나를 내버려 두리라...
그냥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잠만 자는거라고...
새벽녘 잠깨어 일어나보니, 어젯밤 만큼은 덜한 감정되어 내 사랑하는 형제가
이제 죽은저편으로 건너갔다는게 조금은 받아들여져 부지런히 서둘러 영안실로 달려갔다.
오늘 새벽떠나는 노형제님을 배웅하고 그대 형제 영정앞에 호젓하게 앉아
마지막 목례라도 하고 싶었는데 피곤한 가족들께 폐 될것같아 새벽길 그냥 돌아 와서는..
바쁜 일상 보낸후 책상앞에 앉아 또 그대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여...
이제 얼굴을 씻고 손을 씻은후 우리는 당신을 보내드릴 준비를 해야하겠습니다.
하늘 나라 편히갈 기도향기 피워올리려 앉아서도 우리는 하얗게 웃는 영정속 그대얼굴
차마 봄도 안타깝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여...
그대가 차마 눈감지 못한 발버둥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속 모진고생 팽개쳐질 어린것들과 애처로운 아내의 모습을 떨쳐버리고
그렇게 당신은 갈수가 없었던것을...
관산동 성전에 남은 우리는 또,,, 주일이면 헬쓱한 얼굴로 웃으려 애쓰는 형제의
빈자리를 바라다보며 한동안 아파하며... 그렇게 애틋한 그대를 잊어가야 하겠지요..
사랑하는 형제여...
그래도 우리는 이제 그대를 보내야만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들도 한사람 한사람.. 주님이 부르시면
세상사람들과 작별 고하고 먼저간 당신과 부활의 기쁨을 함께 또 나누며
부둥켜 안을날 만나리라 여기며...
이제 오늘밤이 지나면 우리는 그대의 하얀뼛가루 한줌쥐고 세상의 온갖
희노애락 짧디짧게 살다간 한 젊은이의 설움과 애틋함을
흐르는 강물에라도 놓아줘야 하겠지요.
함께한 시간속에 잊지못할 내 형제여... 잘가오....
이제는 세상것 다 놓아버리고...
하늘나라 구름다리...
높이높이 올라 못다한 생찾아 잘가시오...
우리 사랑했던 형제여!
2011. 08.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