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와 함께 깜깜한 어둠을 헤치고
산 꼭대기를 향해 오늘 새벽도 남편과 함께 한 등산길은
하루의 시작을 마치 보물보따리를 펼치듯이 열어주어 나름 참 뿌듯하기도 하다.
오늘도 남편의 발꿈치만 뒤따르며 불밝히는 나는 30여년 세월을 한결같이
남편에게 기대어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코끝이 찡 해온다. .
자식들보다도... 부모보다도... 형제간 보다도... 친한 이웃보다도...
세상 누구보다도 함께 있으면 가장 편하고 따뜻한 사람...
캄캄한 어둠속.. 놀란 새들이 푸드득거리고.. 짐승들의 초록빛 눈들이
번뜩이고... 갑자기 앞뒤에서 뭐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이제껏 그랬듯이 지팡이 하나로 날 지켜줄것이라..는 믿음은
긴세월 함께한 부부사랑 이리라.... 싸울땐 싸우더라도..
간신히 오른 정상은 불빛하나 없는 칠흙같은 어둠속이다.
아마도 전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이 여기 공동묘지에까지도
들이닥침인지 마치도... 오늘 새벽 용미리공동묘지 공원은
어릴적 영화에서 본 월하의 공동묘지를 방불케 한다.
으~으~으.. 드드들들... 고양이까지 냐오~옹
이 판국에도 남편은 똥 마렵다고 후다닥 거리며 산아래 변소깐까지
달아 내린다. 날이 훤할땐 절대로 따라 내려가지 않을텐데 등골이 으시시해
함께 달려 내려간다.
오늘은 화장실 밖에도 불빛하나 없어 남자용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
으슬렁거렸다면 이 새벽이 얼마나 어둡고 적막했는지 짐작하리라..
변소간 앞에서 도라지차 한잔 나누며
`이제 우리 매일 여기 이 화장실로 꼭지점 찍고 가도록 하자..
아~ 이렇게 시원할수가 없네... 용미리 화장실은 꼭 나를 위해 준비된것 같아`
관산동 성당 식구들 앞 어느누구앞에서도 감히 할수없는 장난끼 발동한 말을
할수있는 것 또한 처음의 아담과 하와의 모습 닮아 있음인지...
7시가 되어서야 날이 희끄무레 밝아온다.
내려 오는 길에도 두런 두런...
`한나라당은 이제 다 망할것 같지?...`응` 아마도 머지않아 망할걸...
`원순이 아저씨 대머리 되면 불쌍해 어째?...`
`대 기업의 총수들은 기부를 많이 해야돼.... 그래야 오래 살아...`
왜요?...
`잡스 봐... 일만 죽어라고 하고 정작 사회에 환원한 공적은 없잖아?
그래서 일찍 죽지않았을까.... 믿거나 말거나...`
`아~하! 그렇구나`.... 순진한 마누라..
`엊저녁 반석이... 은이... 왜 전화 왔대요? 잠자다 몇번이나 깼네.
`반석이놈은 늦은밤에 거래처 미팅하러 간다고 연락왔고...
데레사는 등촌동 성가연습 끝나고 집에 도착했다고 전화하고..`
`리노는 어제 산타할배한테 비행기 선물 받고싶다고 하던데..
할배가 알아서 하소`~
`에스디 아저씨 한테 전화 한번 해볼까?`
잡다한 주변 이야기들 나누며 내려오는 산길은 결코 지루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우리 부부만의 오붓한 대화의 시간이다.
저녁엔 오히려 8시만 넘으면 졸리운 관계로 어떨땐 남편이 오기전에
이미 이불속에서 꿈나라 갈정도이니 ....
새벽에 일어나 정신을 맑게하고 육신을 다독이며 성당으로 산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기운을 얻기위해 우리부부는 오늘도 내일도
따스한 이불속유혹을 안깐힘 써대며 밀쳐내고 추위앞에 당당하기위해
온몸을 싸고 또 싸매어본다.
저녁 7시.4분에 따ㅡ르릉..
`난데... 요전에 보신탕 안먹는다고... 바다로가자에서 누가
저녁을 같이먹자고 해서 저녁먹고 들온다는 서방님...
낼 저녁에는 백분도 아저씨 장모님 이 돌아가셨대네...같이 서울대병원에
문상가자..
`지금 어디메인고요?... 딸까닥..뚜 뚜 뚜...
할말이 있었는데....
`술 묵지 말고 ......`
2011. 12. 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