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오후마다 콧구멍에 바람쐰다고 돌아다니던 수산시장...경동시장..
마장동 푸줏간들... 대화동 식자재.. 롯데마트 ...이마트...를 넘어서
젊은 아~아들 따라 기웃거려본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덕이동 아울렛들..
이러다가..
그 끝이 어딜까 약간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2주를 토욜오후 바깥출입을
삼가고 사무실에 앉아 드라마 재방송이라도 보자며 돌려댄 채널이 또 나를
걸머쥐고 놓아주질 않는다.
해품달~이 끝나고... 샐러리맨 초한지?..가 끝나고... 빛과그림자?..도 끝나고..
인수대비까지...
한번 꽂히면 오로지 한군데만 온 정신을 다 쏟아부어대는 내 성격이
오늘도 찬란히 빛을 발한다.
따르릉...~ 리노란놈 전화와서
`함~머니.. 어디세요? 리노한테 안 올꺼에요?..`
`아쿠.. 리노야! 할무니 오늘은 못가고 낼 성당갔다가 할부지하고 갈꺼마?
`싫어요. 지금 오세요...`잉~잉잉....
`미칼라..!! 빨리 끊어라.. 내 낼 갖꾸마... 오늘은 연속극 본다꼬 못가겄다.`
찰깍.... 리노할매 맞어?..
낮에 두시부터 시작한 연속극들을 밤11시까지 들여다 보고 있었더니..
허리도 아푸고.. 눈도 아프고.. 정신은 머~엉 하니
`옴마야~ 드디어 내가 또 텔레비젼 중독에 걸려부렀나 보다.`
월화수목금 그 바쁘고 긴장된 나날들속에서도 하루 4바닥씩 꼭 써내려갔던
성서쓰기도 날아가버리고...
간간이 걸려오는 주문전화도 귀찮고...
리노네 로 바람쐬러 가자는 남편의 전화도 건성건성` 나 바빠요..` 딸깍..
딸래미한테 전화걸어 `니 엄마 뭐한다고 바쁜거냐?`
`아빠 엄마 드라마 재방송에 잡혔어요.`ㅎㅎㅎ...
연거푸 전화해온 남편...`나 지금 집에 들어가는데 뭐 사갈것 없어?`
`음~ 빵.. 곡물 식빵 한봉다리만 사다 줘요.. 배 고파~`
어둑어둑 저녁나절 돌아온 남편이 풀어논 보따리엔 식빵이 무려 6봉다리..
우유식빵. 옥수수식빵.. 당근 점백이식빵.. 흑임자 박힌 식빵.. 밤식빵.. 크림식빵..
`이거 우찌 다 묵을라꼬 이리 많이도 사오요? 가만... 내가 부탁한 곡물 식빵은 없네`
`몰라~ 빠리바케트 있는거 몽조리 담아 왔어.. 골라 먹으라고..`
연속극 보는사이 저녁식사를 의자에 앉아 식빵으로 떼우고
남편과 함께 앉아 보는 2라운드 시청은 어깨까지 이불자락 둘둘감고
하얀 입김 솔솔 불어대며.. 우리 부부는 입벌린... 바~아보!!
밤마실 나갔던 딸래미 돌아와
`엄마~ 아.직.까.지. .... 못 말려 우리엄마.`
이렇게 하여 토요일 오후 황금의 시간은 바보상자와 함께 입벌리고
꼴딱 샌 無의 흐름 이었어라~
전날밤 한심했던 나를 일으켜 깨워 주일새벽 꼭두같이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남편과 함께 새벽미사를 다녀와선 몇년만인진 몰라도
딸래미와 함께 목욕탕에 갔더니 옥타브높은 아줌시들의 소리와 아이들
떠드는 소리... 에 `역시 목욕탕하고 미장원은 갈데가 못돼~ 시간 아까워`
국수먹고 온다고 성당간 남편은 더디오고... 딸래미와 둘이 앉아 전날 끓여논
된장에 잡곡밥 쓱쓱 비벼 양푼이채로 박박 긁어 먹으니
시골 툇마루에 앉아 강된장에 보리밥 비벼먹던 농촌아낙네 부럽지 않더라~
오후 늦으막하게 집에 온 남편과 함께 서초동 리노네로 한바퀴 돌아오며
며칠전 멸치육수내고 남은 건더기들 SD회장님네 차오차오 들 갖다줄까고
전화 걸었더니... 반가운 목소리 전선타고 흐르며 저녁밥까지 걱정하더라..
`레지나 행님~ 찬물만 한잔 주믄 됩니더... 반포대굔데 쌩~하고 달려갈끼라요.`
차오차오 밥가지러 집에 들렀더니 똘똘이놈 반갑다고
`켁 켁... 켁켁 거려대며 토하는 시늉을 한다,` 아마도 그날 이후로 뭔가
고장은 났는기라..
남편은 감기가 들어서 저러나 보다 하고.... 나는 생선가시가 걸렸나 보다..하고
이나 저나 또 한걱정이다.
남편은 오래된 무스탕 잠바를 잘라내어 똘똘이..푸드리.. 고양이 니모네 집까지
다 들여다 놔 주건만 똘똘이란 놈 당장 걷어내어 마당 바깥에다 내동댕이 쳐 버린다.
그저도 켁켁 거려대면서도....
SD회장님네 챠오챠오도 똘똘이하고 똑같은 증상으로 켁켁거리고 있어
왜 그런가고 물었더니... 늙어서 이제 기력이 쇠해서 그런가보다 하더라..
덩치들이 이따막하니 동물병원에 데려갈 엄두도 못내고...
이빨은 무시무시하고....
캄캄한 어둠속 산아래 자리한 SD회장님네서 진한 유자차 한잔 맛있게
마시고 돌아오는길 레지나성님 시금치한보따리.. 겨울바람에 잘 말린
명태코다리... 아랫목에서 뜨끈하게 잘 띄운 청국장 한사발 넉넉히 담아주며
`아직 초 저녁인데 벌써 가냐?고 헤어짐을 아쉬워 하더라~`
집에 또 돌아오니 수문장 아저씨 똘똘이 또 켁켁...켁ㅋ..
참 이상도 하지 반가울때마다 저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하는데...
낯선이들 한텐 큰소리로 컹컹컹 짖어대면서.... 왜 저럴까?...
남편은 똘똘이 불쌍해서 어쩌나....걱정이고..
나는 우리딸래미한테 말하면 배를 쥐고 웃지만.. 그래도
`아부지... 우리 똘똘이 어떡해요.. 살려주이소...와 저라는지 모르겠어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