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라 뜨건물~

2012. 2. 3. 오후 7: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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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과 함께 찾아온  한파는 내유동 골짜기마을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더니

오늘 새벽에는  온수까지  나오지않는  비상사태를 만들었다.

立春大吉도 무색하게  ....  어째 한겨울 내내  조심조심 살아왔는데...

새벽부터  온풍기를 돌린다.. 드라이어로  강풍의 위력을  발사한다  설레발치며

왔다갔다..하다   모든것 중단하고  달려간  미사는  입당송도 끝나고

신부님의  기도합시다아~....

 

아이의 대수롭잖은 한마디로 어이없이 죽어간  세례자 요한의 주검을 묵상하며

`주님 저희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라던  사람들의 소리에  나의 마음도 함께 실어본다.

천년을  훨씬 넘어 살아온  성인의 목숨은  접어 두고....

10년만 더 젊었어도 좋겠다는  남편의  바램에  `나는 그냥 이대로 살다가 갈라요`

10년을 더 살아도 20년을 더 살아도  책상앞을 떠나지 못할  나를 잘알기에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을   감사로이 생각치 않는  내 모습에...

 

주님께서  오늘 새벽 또 한번의 깨달음을 주시고자   온수통을 꽁꽁 묶어버리셨나?

 

남편과 둘이 앉아  중얼중얼...

`뜨건물이  계속 나왔다면  고마운줄  모르겠지?..`

`당연하다고   생각없이 마구 콸콸 써 대었겠지요.`

`새벽부터 물이 안나오니  하루의 첫시작부터  모든게 마비가 되고

몸은 더욱 움츠러들고...일은 시작해야하는데  ....`

 

어려운 일 맞딱뜨릴 때 마다  그어대는  십자성호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주님  이 난관을  해결해 주십시오...

오늘도 나는  마징가젯트   도와주세요 라며   주님을  부른다.

 

미사를 다녀와  다시한번 도전하는  얼음녹이는 작업..

드라이기를  최강으로  쌩썡 돌려대며  수도꼭지를  문지르고...

온풍기의 온도를 높여가며  서두르기를  수십여분....

 

오!  드디어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올때의  감사로움과 함성은

물이 꽁꽁얼어봐야  얻을수 있는  기쁨...!!

매일이  무료하고  재미없다고 여기던 요즘  아무일도 일어나지않는

일상이 얼마나 은혜로운 날들인지 모르고    응석부리던 내게 

`호강에 바쳐 요강에 똥싼다던  말씀으로   정신번쩍 들게 해주신 아버지께

`아부지~  제가  또  잘못했구먼요` 하며 혓 바닥 날름 거려본다.

 

아들놈은  직원 여섯명을  이끌고 제주도로 들어갔다는데  ...

무늬만 보면  그래도  뭔 일을 크게 하고있는것 같은데   구정명절 겨울 불경기때문에

저번달은 적자라  엄마가 빌려준 비자금으로  꾸려갔다는 며느리의 말을 들어도

그리 큰 걱정이 되진 않는게  ....

 

겨자씨만한  내 믿음 품고있음인지...아들에 대한 믿음... 며늘아이에 대한  믿음..

추운 겨울날에도 열심히 일하며  아버지를  의식하며 엉뚱한 길로 가지않으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알고 있음이리라...

 

남편이 없는  썰렁한 사무실을 지키고  또 왔다갔다   리노.리나를 보살피랴

자그마한 체구로  다부지게 살아가는 우리 며느리를   이뻐한다고  우리 딸래미는

차라리 호적을 파서  딸과 며느리를 바꾸자더라만서도...

 

`니도  시집가서  복받으라꼬  엄마 눈엔 며느리가  예뻐 보이는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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