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절을 지내고 부산으로 내려간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가건만
나는 새벽녁 잠이 깨면 며칠동안 계속 저쪽 건넌방에서 고모가 자고 있다고
착각을 하곤 했다.
어릴적부터 나를 목욕탕에도 데리고 다니면서 때도 박박 밀어주고
책가방 연필 공책들 모두 챙겨주며 학교 가는것도 모두 보살펴 주던 고모.
허구헌날 학교 육성회비를 납부해주고 졸업을 하고선 안경쓴 조카를 위해
그 비싼 콘택트렌즈(하드)를 마련해주며 아무회사라도 취직이 되어
멋진 숙녀가 되기를 바라던 고모...
명절이라고 서울로 올라와도 죽어라고 조카집 구석구석 다 뒤집어내어
말끔히 청소해주는 일밖에 없는데도 서울올라오기 전날밤엔 잠조차 오지 않는댄다.
이런 고모가 와 있을 땐 나는 망구 땡이다...
빨래걱정.. 설겆이 걱정... 안채청소걱정... 막대걸레조차 어느새 고모가
홀라당 빨아 버리고 없다.
하여... 새벽잠 깨어 제일 먼저 깨끗이 씻는 세면대며 변기조차 며칠을 게을러져
그냥 넘겼더니...
세상에!!
반짝반짝 반짝이던 수도꼭지며 세면대의 모습은 비누거품 치약거품 하얗게
뒤집어쓰고 나를 반성케 한다.
아~...며칠 닦지 않았다고 이렇게 지저분해져 있다니..
마치도 기도하지않고 넘어가는 저녁나절이나... 대충 대충 아멘~ 하고
넘어가버리는 날들의 내 영혼의 모습을 닮아 있는것 같아 ....
철수세미로 빡빡 밀어 광을 낸다.
하루도 한시도 나를 들여다 보고있지않으면 그와 같이 되버릴수 있음을
깨달아 보며 혼자 앉은 저녁시간 고요속에 나를 잠구어 간다.
어젯밤 tv속의 그사람들... 75세에 발레를 시작하고 93세에 검도를 시작하던
사람들..죽음은 저만치 밀쳐두고 내앞에 펼쳐진 삶을 마음껏 누려가며
끝없는 도전을 하던 사람들의 지치지않는 열정을 보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고민해진다.
7십을 바라다보는 우리 남편은 8십이 되어도 글로벌사업을 꿈꾸며
펼치려 할테고...
칠순이 넘은 레지나 성님은 베테랑 요양사의 대열에 끼여 새벽 출근길
서두르는데...
초저녁부터 피곤한 나는 어서 따뜻한 잠자리에만 들고싶다....
준비도 없이 찾아들어간 굿뉴스에서 어제부터 성경쓰기를 시작했다.
눈으로 읽을때 보담은 손가락으로 두들겨가며 읽는 성경은 잠시나마
순간 순간 깨우침과 생각을 하게 하니 일하는 짬짬이 그도 참 보람이라...
별 힘든것도 아닌데도 오늘 아침엔 어깨에 파스를 붙일정도로
오른쪽 어깨가 아파와 나름대로....
`하느님 말씀은 정말 무거운겨~...하고 웃는다.
예전엔 일하는 짬짬이 네이버로 들어가 세상 구경하고 돌아다녔는데
이제 세상구경 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그또한 보람되고 만족한 일이라
근래들어 참 따분하고 가라앉았던 마음이 산들산들 생기를 찾는다.
어제오후부터 내린 눈은 우리집 앞마당과 자동차 두대를 하얗게 덮어버리더니
오늘 새벽엔 찬바람 쌩쌩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다 못해 창문틀 마다
하얀 서리를 끼고 앉아 새벽미사 갈길조차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남편과 딸래미 서둘러 깨우고... 미사후 지영동 운동장 10바퀴 돌고올 준비를 하며
남편옷(잠바/모자/장갑/마스크/운동화)....딸래미옷... 본인옷...챙기니 세보따리...
차에 싣고 앉으며 빙판길 조심조심 달려 도착한 화정동 성당엔 평소보다
미사온 사람들 반도 안되는것 같더라.
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서방님
`예수님도 고향집 마을에선 대접을 못 받았다더니 나도 우리집에서만
이리도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아침부터 썰렁한 기운을 돋운다.
400미터 트랙의 넓은 운동장 흰눈을 흠뻑 뒤집어 쓴채 우리들 마음까지
얼어붙게 했지만서도 절대로 그냥 포기하진 못하지...
발이 얼어 도저히 못걷는다는 딸래미와 신발을 바꿔신어가며
하얀 눈밭을 달리고 또 달렸더니 우~와! 펄펄 열이 난다.
머리에서 모락모락..... 손가락 발가락... 온몸이 후끈후끈거려온다
한바퀴~ 또 한바퀴~ 열한바퀴를 모두 돌고나니 아침 8시5분...
한바퀴도 못돌고 그냥 갔으면 이 아침 상쾌한 기분을 만나지 못하였으리라..
한달동안은 길도 미끄럽고 하니까 셋이서 운동장을 열심히 돌기로 약속하며
나름대로 유산소 운동으로 살빼기 .... 뱃살빼기....에 돌입...개시..
고기먹지마라... 늦게 먹지마라... 먹고 바로 잠자지 마라...세요..
아무리 잔소리 해대어도 자기 배는 표준이라던 남편이
국가 건강검진에서 뱃살비만 때문에 당뇨가 올수있다며 겁을 주니까
드디어 며칠전부터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자더라...
용미리 산 꼭대기 영혼들이 궁금해 하더라도
겨울이 다 갈때까지는 어쩔수 없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