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하느님 말씀 읽고
가족들의 안녕을 주님께 빌어보며 촛불을 밝힌다.
진보라.. 중간보라.. 연보라..의 불을 밝히며
어느새 가버린 3천년의 시간속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빈손으로
나는 올해도 아기예수를 그냥 덤덤하게 맞으러 는가??
지난밤엔....
밤새 추워 오돌돌거리며 끙끙앓던 남편을 꼭 끌어안으며 아내의 체온을
나누어 데워주며 걱정스런 마음으로..
에~그! 이제 서방님도 나이가 들어 늙긴 늙었나 보네.
자기 사전엔 급 체하고... 감기몸살은 없다고 큰소리 쳐 샀더만...
남편이 아프다고 저리하니 오늘 새벽산행은 물건너 갔고..
새벽5시에 꼭 깨워달라고 하던 딸래미 일어나라고 소리지르며
부지런히 고구마를 씻어 앉히고.. 유자차 진하게 불에 올려놓고..
어제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공수해온 미꾸라지 1관 곱게 갈아
우거지 버섯 무우 콩나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추어탕 한뚝배기에 밥한주걱넣어
상에 차려내어 부녀가 호호 불어가며 먹는걸 보며...
마치도 앞치마 곱게 두르고 시중드는 새댁처럼 약간은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그저도 바삐 서두르며 딸래미 도시락을 싸고 남편의 버섯물을 넣고
유자차 병에 따르고...
내일부터 연짱으로 이어질 성탄성가연습때 따끈한 물이라도 끓여내어
임원진들의 수고라도 한손들여볼까하고
수정과한들통 올려놓고 컴퓨터를 키고 창문을 열며..
남편과 딸래미를 향하여 걱정을 또 늘어놓는다.
감기들어 고생하믄서 머리는 와 깜는고... 빨랑빨랑 드라이기로 말리시요.
그래 나가믄 큰일나제... 양말위에 발목 토시도 하고... 웃도리도 뜨시게 입고..
딸래미 니는 또 뭐한다고 이리늦노... 머리카락 다 줍고..
점심때는 고구마하고 따끈한 유자차 천천히 마시고 급히 마시다 체하믄
오늘 오디션 종친다 아이가..?
빨랑 차 시동걸어 뜨시게 해놓고.. 차는 조심조심 자나깨나 조심하고..
그라고 기도는 꼭하고 타야제... 쏼라 쏼라...
그랬기나 말거나 두사람은 자기 스타일대로 기냥 바쁘기만 하다.
푸드리까지 덩달아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뜨신데만 찾는다.
오늘은 딸래미 강사오디션이 있는 날이다.
지난 음악회 끝내고 어제새벽까지 잠도안자고 입시생처럼 연습하던 딸래미가
오르간실기 30분.. 티칭(교육학)30분... 장장 1시간을 교수님들 앞에서
실전을 치루며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남기를 기다리는 날이다.
지난 이년동안은 부전공 강사로서 지내오다가 앞으로의 3년 정식오르간 강사
공개오디션을 위하여 기를 쓰며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애를 쓰더니..
여러 내노라 하는 학교의 강사들과
외국 여러나라들에서 공부한 수십명의 박사들과의 경쟁이니 나름 긴장도 했을
테지..
격전의 날은 밝아 오늘 오후1시부터 공개 오디션 최종합격자 4명의 혈전!!
1시가 다가오고 2시 3시 4시 5시가 되어도 무소식이더니..
시간마다 그저 성호경만 그으며 잘했겠지... 그것만 잘할줄아니까...
6시가 다되어 딸래미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나 강사 먹었어!! 최고 좋은 성적으로,,,,`
오늘도 에미는 그저도 시큰둥하게..
`당연하지.. 그럼.. 그럴줄 알았제.. 빨랑 차 조심하고 들온나..`
`엄마. 나오늘 등촌동 성가연습시키러 가야돼.. 어제 수요일 못한거..보충하러`
도저히 참을수 없어 병원에 들러왔다던 남편도 잠깐 으실거림을 잊었는지
가벼운 목소리로 기분좋은 멘트를 전화기 너머로 날린다.
`데레사 멋진 가방 하나 선물하지...?`
`감기약 묵고 졸리니까 조심조심 어둔길 달려 오기나 하이소.
뜨끈한 추어탕하고 조기한마리 까실하게 꿉어 놀끼니까...`
전화를 끊고 남편과 딸래미를 기다리며
`낼 모레 오실 아기예수님한테는 멋진 뭐를 선물 해야제???
은하수 같이 맑고 영롱한 내 영혼 찾아 드려야 할낀데...!!`
`후 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