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훌쩍 커 버린 리노를 감당하기엔 우리가족 모두 너무 바쁘고
지쳐있다.
게다가 눈치는 또 9단이라서 아이 앞에서 우리는 늘 웃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래 널 사랑해 ... 리나 보다 너를 더 많이 사랑해` 하는 연기를
천연덕 스럽게 잘도 해낸다.
몇주를 연달아 내유동 할부지집에 토요일에 와서놀다가 주일오후에 서초동 자기 집으로
돌아가던 녀석이 너무나 성가시고 귀찮아 당분간 할부지집에 오는 것에
금족령을 내렸다.
`할아버지! 심심해 놀아줘~로 시작해 고모 게임기 틀어줘,, 또 틀어줘,,,
잠이 눈꺼풀까지 내려앉는 고모를 기어이 일으켜대며 성가시게 하고
.. 할머니~ 배아파.. 토할것 같애요.. 등등등..
치근덕거리는 손자녀석에게 선수쳐대며 `리노야~ 할아버지 심심해.. 쫌 놀아주라~`
면 ` 너가 동생이냐? `며 아래위도 없이 떠들어대는 놈이 가관이라..
감히 우리 집안에서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어르신께
너! 너~...를 입에담는 놈하고는..
전화기 너머로 할배한테 막말해댄 지 아들 얘기를 듣고선 좋아라고
웃어대는 리노애비놈,,,
아마도... 살아생전 꿈도 못꾸는 하극상의 쾌감을 지 아들이 해 내었다고
저리도 좋아라 하는지..!!
할배는 지 아들한테 너..너..소리들어도 통쾌하고..
리노애비 지 놈한테 리노놈이 ` 입좀 닫아` 라고 했다든가?..
기분이 엉망이 되어 아들놈을 혼내 주었다는 후문을 들으며...
`아니... 얼라가 우째 말을 저리도 잘하노?
못하는 말이 없는기라.. 유치원에서 형들이 하는 말을 그냥 그대로 따라
지껄여 대는 놈이 그래도 귀엽고 이쁘기만 한게 ...
리노애비 어릴때 하도 말도 못하고 부끄럼을 타는게 속이 상했던걸
손자 놈이 대신 한 풀이라도 해주는것 같아 서 인가... 아마도..
``형`들도 아니고... 유치원에서 ` 형님` 들이 그런다고 하는 녀석을 보며
아니 꼬마 조폭단이라도 생겼는감? 차~암 내..
그래도 우리모두는 놈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니 이일을 어쩔꼬!!
할아버지집에 올때마다 생기는 변신태권보이... 자동차들을 제 집으로 가져가선
담번에 내유동에 와선 또 다른걸 사달라고 떼를 쓴다.
`리노야~ 전번에 사준 태권보이는 와 안가져 왔노? 맨날 가지고 놀아야지
할머니가 또 사주고 싶지...`
그런데 놈이 하는말 한번 보소~
`할머니,, 외할머니가 버려버려서 없어요.` ★★
`으~잉? 외할머니가 와 비싼 장난감을 버리노 ? 참 얄궂네..`
녀석의 말만 순수도화지처럼 믿고선 어째 좀 기분이 스멀스멀하게
거시기한 채
`아이가 갖고 노는걸 집안 온통 아수라장 만든다고 할매가 버렸다니
그래... 갖고 놀다가 뿌사뿌렸는가 보다. 그래 그기 맞겠네...`
`그럼 할머니가 나중에 집에 가는길에 마트에 들러 다른거 하나 또
사 줄꺼마.. 아이고 이쁜 놈~ 쪽쪽♥♥
`네~...!!`
저녁무렵에 전화온 리노에미한테..
`얼라 변신로보캅은 뿌사지서 버려버렸나? 외할매가 버려서 못가져
논다고 하던데...?`
`엄니~ 거짓말 이에요... 버리기는요 장난감통에 잘 보관되어 있는데요.`
리노 말 다 믿으면 안돼요.. 거짓말도 얼마나 잘하는데요..!~~`
`아뿔사!! 리노의 천연덕스런 100%연기에 할배 할매는 넋이 나가버린채
한동안 정신과 마음을 추스리느라 나름대로 그래도 착한 놈으로 믿으려고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대다가.도..
`거짓말 하는 놈은 절대로 용서할수 없어` 하며 애비와 고모를
키우며 교육시켜왔는데...
손자놈이 아무렇지도 않은냥 시치미 떼고 우리부부를 놀래켜 대니..
오! 이런 낭패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 아들이 거짓말 잘한다고 말해주는 에미는 뭐며..
4살짜리 꼬맹이를 놓고 우리부부는 큰일 났다고 안달해 대었다.
거짓말에다 놈은 친가와 외가를 이간질 까지 시키는 잘못을 범했으니
요 범상치않은 놈을 앞으로 어떻게 키워내야 할지 .... 짐이 한짐인데..
전번 주일엔 성당 유아방엘 들어가선 아이들 모두에게 자기아까운 과자를
다 나누어 주며 먹으라고 하고선...
구석에서 혼자 자기것을 먹고있는 아이를 보고선..
`나쁜 자식 이잖아.. 나눠 먹어야지..` 했다가 아이엄마로부터
쓩쓩 보이지않는 불화살을 맞았다고 하소연 하는 리노에미를 보며
어려서부터 나눔을 실천하며 나름대로 친구를 사귀려는 놈의 기똥찬
회전머리를 우리는 영특하다고 결론짓기로 했다네...*^^*
아마도 남의 아이가 그랬더라면..
`그놈 참 계산머리 하고는... 무서운 놈이네~~~`*^^*
오! 핏줄의 너그러움이여~~~
우리 모두가 놈의 나눔실천에 헤벌레~ 풀어져 있을때..
어디선가 들려온 ....
`야!~ 너 참 말 되게 안듣게 생겼다.`★★★
오뉴월 땡볕에 등골이 써늘한 어느 아줌시의 한마디가
바보 가족 모두의 눈을 실로암 연못물로 씻어주었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