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5주 월요일
일년 여 동안 우리 본당 교우분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좋은 모습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열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도, 단체활동, 신심생활, 또 고해성사를 보는 빈도수도 다른 본당보다는 잘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조심스러움도 필요하다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그렇듯 지나치면 영혼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토마스 머튼이 쓴 ‘고독속의 명상’ 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글이 실려 있습니다. ‘영혼의 거울을 비쳐볼 때, 눈에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모습 외에 그 어떤 영상도 나타나 있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당신의 기도는 가장 훌륭한 기도가 된다. 이 모습은 아버지의 지혜, 아버지의 말씀, 아버지의 영광이다.’ 라고요. 즉 참 은총을 받으려면 자기가 갖고 있던 열정에 휩싸이면 곤란해진다는 말인데요.
오늘 독서는 1년 중에서 가장 길다는 수산나 이야기입니다. 수산나를 탐낸 두 원로는 재판관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들 자신을 막을 수 있는건 자기 자신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이 가졌던 열정을 잘못 다스리면 참으로 위험하게 되는 형국을 보여주는데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열정’을 잘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열정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보면 자칫 ‘하느님을 섬기기 위한 결정’ 이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영적인 격정’입니다. 이 에너지가 겉보기에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격정에 의해 불러 일으켜진 거짓된 열광이기에 우리를 매우 흥분되게 만들어 버립니다. 두 원로도 그 힘에 취해오다가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마는 것이었죠. 하지만 평화의 하느님은 결코 격정에 의해 찬미 받으시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라고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 빛은 세상이 바라는 화려한 빛깔의 빛이 아니지요. 나의 영혼 깊은 곳을 비추어주면서 평화로 다가가게 해주는 빛입니다. 그러기에 오히려 잔잔하지요. 우리가 가진 좋은 점을 한 순간의 열정으로 태워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