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키엘 47,1-12;요한 2,13-22
예전 어느 수녀원에 가서 피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에도 들어갔는데요. 수녀님들이 쓰는 공간이기에 뭐 대단한 장식도 없었고, 그저 첫 느낌은 깨끗하다, 깔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30분 쯤 묵상을 하고나면서 뭔가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수녀님들이 그동안 이곳에서 쭉 기도를 해 오셨기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기도가 잘되고 침잠해 들어간다는 기분이 들어 참 좋았는데요. 아마도 수녀님들의 기도가 성당을 성당답게 만들어 주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본당에 돌아와 혼배 면담을 위해 혼배자들에게 물어봅니다. ‘왜 우리 성당에서 결혼하려고 합니까?’ 물으면 백이면 백, 다 성당이 이쁘고 주차장이 넓다는 말만 합니다. 그야말로 성당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채, 그저 외면의 아름다움만을 좋아라 합니다. 그들에게 뭔가 깊은 것을 기대했던 제가 문제였을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슬픕니다. 언제부터 성전이 자기 결혼에 이용하는 도구로 전락했단 말인가? 하고요. 하느님의 집이기에 기쁘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말입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그리스도교를 국교화한 콘스탄티노플 황제에 의해 세워진 로마의 큰 성전인데요. 당시 성당을 크게 지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성당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통로역할을 하고, 우리 자신도 성전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복음에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처럼 말이지요. 그럼 우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어야 할까요? 무엇을 채워야 할까요? 가끔 우린 남의 집을 방문합니다. 왜냐하면 집은 그 사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구구한 말 필요없이, 방만 보면 딱 압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집, 여러분의 내면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잘 정돈해야겠습니다. 물론 저부터 말이지요. 다 필요한 듯 싶지만, 실상 있어야 할 것이 있을 때, 나도 주님께서 말씀하신 성전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성체를 영하고 소중한 말씀을 듣는, 내 몸과 마음을 잘 정돈할 때 내가 알고있던 예전의 내가 아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