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사도행전 15,7-21;요한 15,9-11
여러분 핸드폰 안에는 많은 수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저장된 이름들은 과연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뿐입니까?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면 왜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런데도 전화번호가 저장된 이유가 있다면, 만약 싫어하는 전화가 오면 “받지마” 라고 화면에 떠서 알아보게끔 하기 위해서입니까?
오늘 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그들을 인정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화하시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두지 않으셨습니다.” 라고요. 그런데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솔직히 차별을 합니다. 말로는 형제님, 자매님 합니다만 실은 그 안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의 것들이 내 마음에 가득찬데요. 예전 베드로, 바오로 시대에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며칠 간 나온 이야기는 주님을 경험한 사도들과 주님을 나중에 알게 된 바리사이, 이방인 간의 갈등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이방인 출신들은 자기가 해온 방식의 종교습관을 주장합니다. 할례와 모세의 율법을 지킴이 그 예이지요. 하지만 주님은 새로운 계명을 내리십니다. 그건 바로 오늘 말씀하신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당신의 사랑 안에 차별없이 아우르는 모습이 멀리 떨어진 우리 한국인에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게끔 해주셨습니다. 주님 안에서 그동안 예전의 메어있던 멍에 같은 것에서 해방되어 하나 되는 형제애야말로 진정 당신께서 원한 사랑이었습니다.
오늘은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입니다. 1622년 시성된 필립보 네리 신부님의 삶은 좀 독특합니다. 그의 방에는 장기와 카드놀이를 하는 젊은이로 붐볐고 그들에게 생활규칙을 만들어 주면서 서원을 하거나 재산을 포기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신심을 강화하는 모임인 오라토리오회가 생기는데요.
우리는 여러분에게 대단한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시키지도 않습니다. 다만 차별없이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단지 그것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