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성시간. 사제들의 부모와 은인들을 위하여....
세상의 일이 제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제 나이 20세가 넘어서부터였습니다. 그동안 공부도 썩 잘한 편이었고 집안도 풍족하고 얼굴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겼기에 부족할 것이 없이 자란 저였습니다.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자란 저였는데... 제게도 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제 마음대로 되어도 주님의 부르심만큼은 제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때 저는 무던히도 수녀가 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은 결사코 말렸지만 그 베일을 쓰고 얌전히 기도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욕심을 내어 여러군데 수녀원을 찾았지만 그 때마다 무슨 이유에선지 저를 돌려보내곤 하였습니다.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하면서 자책도 했습니다만 답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시간은 흘러..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애들도 아들 둘, 딸 하나해서 3명이나 낳게 되었습니다.
별 문제 없이 살고 있을 무렵... 아이들도 그 당시 제가 사로잡혔던 그 문제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르심이 온 모양이었습니다. 전 순간 두려워졌습니다. 내 아이들이 저처럼 ‘당신은 부르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는 통보를 받으며 나 같은 아픔을 맛보게 하긴 싫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거길 가겠다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못내 불안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인지 누나인 딸이 먼저 수녀원을 들어가더니 아들 하나는 신부가 되고 막내 녀석도 신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과연 하느님의 섭리가 뭘까? 하고 여겨지더군요. 나 하나 수녀원에 들어가게 해주시면서 내 만족을 이뤄주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아이들이 들어가게 해주시면서 교회의 인원은 늘어나게 되고, 나도 또한 기쁨에 젖게 만들어 주심이 진정 주님의 뜻이었구나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함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먼 미래까지도 보시는 분이구나 생각하니 하느님은 참 크신 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쁨을 잘 간직하기 위해서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제 아이들 때문입니다.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신학생을 두고 있는 엄마의 삶이란.. 남들처럼 제 마음대로 펼치는 삶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본당에서 많은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대외적으로 나서기도 하였고 봉사도 하고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만 이제 성직자 수도자의 어머니가 되고 보니 저는 그 아이들을 위해 저 자신이 작아져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섣부른 행동이 아들 신부에게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학사님의 엄마답지 못한 행동으로 본당에서 스캔들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모든 활동을 다 접고 지금은 성체조배만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적이었던 제가 성체조배만을 한다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것이 어쩌면 아들 예수님이 공생활을 잘 하실 수 있었던 바탕은 바로 엄마인 성모님의 기도속의 내조였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바친 지금... 전 편안합니다... 그들이 참 좋은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믿으니까요.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을 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긴 위해선.. 이 엄마의 기도가 많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들이 잘 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가끔 종신 받기 전의 수녀님들이나, 신부님이 되기 전에 부모가 죽고 없는 경우를 보면.. 참 안타까움을 많이 느낍니다. 그들을 위해 누가 저리 기도해줄까? 하고요..
사제의 어머니로 사는 삶... 누구는 부럽다고 말합니다. 아들 신부가 매일 미사 중에 지향을 넣어주며 기도해주니까요... 또 누구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죽이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조금씩 그 마음을 헤아릴 것 같습니다. 바로 성모님의 마음을요..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기도하며 아들 신부 수녀가 세상의 등불로서의 역할을 잘 하기를 바라는 그 기원의 삶이.... 지칠 수 있는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니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