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성시간 강론

2010. 5. 6. 오후 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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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성시간 강론... 원로사제들과 투병 중에 있는 사제들을 위하여...

(원로사제의 회고담처럼 읽어주시길...)

 

벌써 시간도 이만큼 흘러갔습니다. 당신 앞에 사제다운 사제가 되겠다고 엎드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주위 사람들은 제게 정말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거울을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주름도 패이고 머리에 서리도 내려 앉았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젠 손발도 제 맘대로 움직여주질 않네요..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헤아려 봅니다.

 

저의 인생은 그저 이것 하나만 붙잡고 가는 삶이었습니다. 필립비서 3장 12절처럼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를 붙드신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라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동안 그리스도께 사로잡힌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너무 좋았기에 당신과 함께 하는 삶이 저를 키워왔고 저를 지탱해 주었으며 저를 가게 해주었습니다. 앞 일이 어떻게 될 지 몰랐지만 어떻게 이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당신과 하는 삶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보아왔네요. 그동안 참 많이도 옮겨 다녔습니다. 짐을 싸고... 있을 만하면 또 옮겨야 하는 이놈의 인생은... 그야말로 보따리 장수같이 여겨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동이 저와 신자들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졌었지요. 새로운 곳을 계속 경험하게 해주셨으니까요..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가지고 있던 경험이 전부라 여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목을 해 나갈수록 날카로왔던 제 성격도 다듬어져 가는 모습이 참 신기해 보였습니다. 하나하나 꼬집고 치밀했던 내가 부드러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사랑인가?’ 여길 정도로 말이지요...

 

먼저 주님의 곁으로 떠난 동료들과 병들어 고생하는 동기 신부, 선후배 신부들을 보며 이젠 단순히 몸조심 하는 차원의 시간이 아님을 봅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참 관리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목지에서 만나게 될 교우들을 위해서, 또 한편으로는 오래 건강하고 싶은 저를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관리를 한다 해도 무섭도록 다가오는 그 질병들을 바라보며... 과연 얘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보게 되네요. 얼마 전에도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약도 커다랗게 한 봉지 타오고 말이지요... 예전 병원사목을 할 때는 환자들을 돌본답시고 많은 이야기도 들어주던 저였는데... 이젠 제가 그런 처지가 되었네요.. 은퇴를 하고 나서 그런지 한 때는 더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이젠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되어가는 상황을 주섬주섬 들어가며 사는 삶에 익숙치 않아서 말이지요.

 

요사이 전 저의 상태를 가만히 바라다 봅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오다니..하면서 힘 있을 때 몰랐던 상황이 닥치는 것을 보며 점차 겸손해지고 숙여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기력은 예전보다 쇠하고 힘은 딸리지만 오히려 정신은 찬바람을 쐰 것처럼 말짱해지는 이 기분을 묵상하며 살펴보니.. ‘당신이 아직도 나를 붙들고 계시구나, 나도 당신께 사로잡혀 있는 것을 원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절 새롭게 만들어 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남들은 원로사제라 칭하면서 부축받고 사는 절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의 속사정은 다시 새 사제가 된 느낌마냥 주님과의 관계가 새로이 정립되는 듯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계속 밀접하게 되어가는 관계였습니다. 늙었다고 쭈그러드는 삶이 아닌, 그저 남의 위로만 받는 삶이 아닌 것이지요. 물론 힘들어 하는 사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적인 일만 해왔기에 이제 펼쳐진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헤매기도 합니다. 그런 사제들에게 여러분의 기도가 절실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교우들을 위해 기도해 온 것처럼 이젠 우리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그 기도가 서로를 살린다는 사실을 우린 체험을 통해 알고 있잖습니까?

 

꽃이 져야만 열매도 맺는 법입니다. 저희는 떠나가겠지만 그 삶이 헛되지 않도록 계속 이 교회를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4

  • 2010년 5월 7일 오후 3:49

    친정엄마가 노환으로 갑자기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노년의 육신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모습에 가슴이 저립니다. 꽃과 열매는 자식에게 입히고, 사그라진 육신의 가지는 말라 비틀어진 몸뚱이

  • 2010년 5월 7일 오후 3:53

    이젠 유일한 희망이신 생명의 주님께, 의탁하시며, 하루하루를 기도하시는 저희 어머님과 함께 영적인 어버이신 원로사제님들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 2010년 5월 7일 오후 3:56

    +주님, 세상에서 주님만을 바라고 믿고 모든어려움을 기쁘게 이겨내신 모든 부모님들과 당신의 원로사제들이 이제는 그 삶의 질곡에서 벗어나, 은총으로 보람을 느끼며 편히지내게 해주시며

  • 2010년 5월 7일 오후 3:57

    마침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2010 머버이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