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할 3주일

2010. 4. 19. 오후 12: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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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3주일미사.

찬미 예수님. 일주일 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쭤보면서 시작할까 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을 사랑하십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일을 더 사랑하십니까?.. 순간 이게 무슨 물음일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도 계시리라 여겨집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의 일을 사랑하는 거..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여기실 분도 계실텐데요. 하지만 이 둘은 아주 다른 말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일을 하는 것과, 하느님보다는 그분의 일을 더 사랑하면서 만족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이 둘은 진행과 결과면에서 아주 다른 말인데요.

예전의 소설 하나가 생각납니다. 저자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스페인 저자의 소설... ‘사제’ 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잠깐 말씀드리자면 내용이 이렇습니다. 어떤 신부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를 기억하길...신자들을 사랑하는 사제요, 본당을 위해 충실한 사제였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평신도가 바라는 사제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이 신부님은 소설이기 때문에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를 취재하던 기자는 이 신부님에 대해 밀착 조사에 들어갑니다. 과연 어떤 분이었는지, 소문대로 성인 반열에 들 만한 분이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신부님은 신자들이 그렇게 칭찬하던 것처럼 사람냄새 나는 사제요, 신자들을 사랑하는 신부라는 사실은 맞았지만 결국에는 하느님은 사랑하지 않은, 이 현실만 사랑했던 신부였음을 이 기자는 알게 되었는데요. 이 소설 자체가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 신자들을 꼬집기 위해 편찬되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즉, 하느님의 일은 사랑하지만 하느님은 사랑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나온 책이었는데요.

오늘 복음이 조금 길었습니다만, 3번에 걸쳐 주님은 베드로에게 묻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같은 질문이 계속 이어집니다. 과연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처음에는 사랑한다고 답합니다. 왜냐하면 옆에 사람도 그렇게 답하니까요. 하지만 물음이 계속되면서 다시 생각해봅니다. ‘진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가?’ 하고요.. 복음을 읽다보면 주님은 우리를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배신하고 모른다고 했던 우리에게 속 좋게도 다시 나타나셔서, 아침까지 차려주시니 말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당신은 묻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혹시 하느님보다 주님보다, 그분의 일을 더 사랑한 것은 아닙니까? 단체생활이 좋아서, 사람관계가 더 좋아서 말이지요. 그런 마인드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 참례하는 미사는 과연 어떤 미사인지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전례부는 언제쯤 올라가서 독서를 하고 성찬봉사를 해야하는 지 정확한 타이밍 찾기에 바쁠테고요. 복사는 언제쯤 종을 쳐야 사람들이 분위기에 빠져들 지 파악합니다. 성가대는 다음 성가를 끊이지 않고 부를 수 있도록 책에다가 표시하느라 여념이 없구요. 미사해설자와 보편지향기도 하는 분들은 마이크를 사용할 때 하울링이 안 나도록 고심합니다. 성체 분배자들은 어느 높이에서 ‘그리스도의 몸’이라 외쳐야 할 지 고민하고요. 사제는 신자들의 입맛에 맞는 강론을 하면서 적당한 톤의 목소리 구사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앉아있는 교우들은 핸드폰도 울리지 않고, 우는 아이 하나 없도록, 이 모든 과정이 분심이 없게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그렇습니다. 완벽한 쇼입니다. 1시간짜리 완벽한 쇼.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보여지는 이 한 시간은, 그저 매주 똑같아 보이는 볼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봉사한 나 자신한테는 이렇게 말하지요. ‘고생했어’ 라고요. //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종교생활과 신앙생활은 차원이 다릅니다. 종교생활은 매주 한 번 나와서 미사참례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친교의 시간에 충실한 시간이라면, 신앙생활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주님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생활이라 할 수 있는데요. 과연 여러분은 어디에 머물러 계십니까? 혹시 이 둘을 혼동하고 계신 것은 아니십니까?

사랑하는 방배동 본당 교우 여러분~

오늘도 당신은 우리에게 물어보십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진정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그저 지금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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