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사야7,10-8,10;히브리10,4-10;루카1,26-38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쭤볼까 합니다. 그동안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예견할 수 있었던 일들, 나의 능력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만 해오셨습니까? 아니면 잘 모르고 능력도 없는 것 같은데, 이른바 잘 모르는 속에서 하나하나 일궈나가셨습니까? 예전보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면, 처음 제시되는 사안에 대하여 머리 굴려보고, 정보 탐색해서 내가 해야 되겠다, 안 해야 되겠다는 판단이 참 빠르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부담 가는 일은 예전 분들보다 더 안하려 듭니다. 뭐~ 그게 여러분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의 세태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살이를 잘 할 수 있는 요령이 하나 있다면 ‘모르기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제의를 받지요.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처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 아니겠습니까? 거의 요즘말로 미혼모의 수준인데요. 당연히 성모님은 대응하십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내 천사의 말을 듣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라는 응답을 합니다. 결혼하신 분들 중에, 결혼하기 전 앞으로 결혼 생활의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를 다 알고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그럼에도 결혼하려 마음먹은 분들, 몇 분이나 계실까요? 저도 사제 생활 이제 6년째 하지만 어찌 돌아갈 지 이미 다 알았다면 저도 주교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을 지도 모릅니다. “제가요..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말씀드리면 안될까요?”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주님의 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교회봉사의 일, 머리 굴려 계산해보면 참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임기를 마친 분들의 얼굴은 참 밝아있다는 것을 봅니다. 처음 성모님의 부담도 우리와 같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삶은 나 혼자 엮어가는 삶이 아님을 또 봅니다. 그 삶을 껴안은 성모님의 모습처럼 우리도 맡게 된 직무를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